지난달 이래 주요 신흥국 증시 중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곳이 한국 증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자의 대표 참고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정기 조정과 북미 관계 악화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
12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주요 10개 신흥국의 지난달 외국인 증시자금 유출입액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증시가 30억2,500만달러 순매도로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브라질(-21억1,500만달러)보다도 9억달러 이상 많고, 다른 순매도국인 인도네시아(-4억9,300만달러) 필리핀(-2억5,900만달러) 태국(-2억5,500만달러)에 비해선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인도 증시는 31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고, 대만(+19억6,000만달러) 파키스탄(+900만달러)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첫 주에도 한국 증시의 외국인은 6억8,2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워 10개 신흥국 중 가장 많은 순매도를 보였다. 인도와 브라질(각 -1억4,000만달러)의 외국인 순매도는 우리보다 훨씬 적었고, 대만의 외국인은 오히려 9억3,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지난달 단행된 MSCI 신흥국지수 조정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이 지수의 편입종목 정기 개편에서 중국 비중(15→20%)이 늘어나고 한국 비중(-0.44%포인트)은 줄어들면서, 국내 증시에서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초래했다. 또 북미 간 강경 대치가 이어지며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 점도 악재로 꼽힌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외국인 매도가 두드러진 5월과 8월, 11월은 MSCI 지수의 중국A주 편입 비중이 높아진 시기와 겹친다”며 “비중 조절이 일단락된다면 향후 외국인 수급 기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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