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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 나태주 “시 같지 않은 시가 더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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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 나태주 “시 같지 않은 시가 더 좋은 시”

입력
2019.12.12 16:24
수정
2019.12.12 20:5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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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기념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출간

[NISI20191212_0015893151]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열린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나태주 시인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NISI20191212_0015893151]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의 한 식당에서 열린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나태주 시인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002년 내놓은 시 ‘풀꽃’의 단 세 구절만으로 나태주(75) 시인은 전 국민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간결한 문장 안에 담긴 푸근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돼서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 시인이 12일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를 내놨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반세기 동안 다듬은 시심이 한 권에 집약됐다.

50주년 시집이니 책이 두툼하다. 350쪽 분량에다 신작 시 100편, ‘풀꽃’ 등 독자들이 사랑한 나 시인의 시 49편, 거기에다 ‘풀꽃’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나 시인 스스로가 아끼는 자신의 시 65편을 한데 모았다.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나 시인은 자기 소개부터 남달랐다. 그는 시를 “사랑하고 아끼고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예쁜 마음을 정성스럽게 써 내려 간 연애편지”라 불렀다. 시인은 “그런 시를 써서 세상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서비스맨”이라 했다. 그러더니 자신을 일러 “바로 그게 일흔 넘어 용도폐기된 한 인간이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는 이유”라며 넉넉히 웃었다.

신작 시 100편은 대부분 길 위에서 쓰였다. 전국 강연을 다니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면서 휴대폰 메모장에 한 자씩 기록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그의 시는 기차역처럼 소통하는 시다. 나 시인은 “시는 어디에나 널려 있는 것이고, 그렇게 널려 있는 것들을 잘 주워다 쓰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풀꽃’으로 유명하다지만, 그 때문에 공격도 적지 않게 받았다. 단순하면서 짧고 예쁜 시만 쓰다 보니 작품성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작 나 시인은 “시답지 않은 시가 더 좋은 시”라고 했다. “저도 처음에는 흔히 말하는 ‘시 같은 시’를 썼어요. 하지만 나이 들면서 점점 그런 것에서 벗어난 시를 쓰고 싶었어요. 어디서 본 듯한 시가 아니라,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시가 더 좋은 시라고 생각해요.”

‘풀꽃’ 외엔 무슨 작품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있다. 나 시인은 당당했다. 그는 “시인은 사랑스러운 말 한두 개를 모국어에 바치는 사람”이라면서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이육사는 ‘청포도’를, 김영랑은 ‘모란’을 모국어에 바쳤듯, 나는 ‘풀꽃’ 하나를 모국어에 바칠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시인의 시집에는 유언이나 묘비명을 떠올릴 법한 작품도 더러 있다. 나 시인은 매일 죽음을 곁에 두고 시를 써 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약한 생각 따윈 없다.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 시가 약입니다. 제 시가 비록 졸렬하다 해도, 저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용하길 바랍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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