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으로, 마음이 지옥일 때가 있다. 초코칩쿠키의 초코 알갱이만큼 작은 미움이거나 입안에서 금세 스르르 녹아 버릴 성질의 미움이라면 지옥 같지는 않겠지. 그런 미움이라면, 본래 인생의 맛이란 게 진한 초콜릿처럼 쌉싸름하겠거니 생각하며 초코칩쿠키를 계속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초코칩쿠키와 달라서 그렇지 않은 미움도 있다. 포슬포슬한 흰 쌀밥을 크게 한 수저 뜨고 입에 넣는 순간 와작,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 돌멩이 같은 미움을 만나기도 한다. 난데없는 불순물 같은 미움이다. 그래도 이런 미움은 재수 없다, 퉤, 퉤 뱉어 버리면 그만이다.

반면 마음을 꾹꾹 눌러대는 바윗돌 같은 미움에선 벗어나기 힘들다. 천년을 지나도 한 자리에서 꿈쩍대지 않는, 높은 산 큰 바위 같은 미움에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평생 짓눌려 병이 든다. 큰 미움일수록 원인이나 책임이 내게 있지 않거나 잘잘못을 가릴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억울하기까지 한 노릇이다. 역시 인생은 초코칩쿠키가 아니다.

이 시집 ‘눈물이 방긋’에서는 여러 마음들을, 미움들을 만날 수 있다. 쓸쓸하고 서럽고 어찌할 도리 없는 마음이 툭툭 터져 나오니 시집을 여러 번 읽고 또 읽게 된다.

“집으로 가던 나와/집에서 나오던 가족들//밥 안 먹었지? 너도 따라와/어색하게 몸을 돌렸다//형의 시험은 끝난 듯했고/형이 좋아하는 부대찌개를 먹으러 가는 듯했다//소시지 두부 콩 육수 채소/비율이 잘 맞은 찌개가 뽀글거린다//이번에도 형의 비율은 보글보글/잘 끓었나보다//여기요, 라면 사리 주세요//멀리서 외톨이처럼 꼬인 사리가/둥둥 다가온다//있어도 없어도 그만인/둥둥 사리 둥둥 나.”(‘퀸 부대찌개’ 전문)

아이의 끼니는 상관 않고 외식하러 나가는 가족이라니 대체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마음이 아프다. 아이의 마음이 미움이 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미움은 지옥이고 마음을 다친 아이가 지옥의 고통까지 겪어선 안 되니까. 아이야, 꿋꿋하게 라면을 먹고 밥을 삼키며 네 키가 점점 자라날 날을 바라보아라.

인생이 초코칩쿠키는 아니어도 바윗덩이 같은 서로의 미움 옆에 가만히 앉아 큰 숨 한번 쉬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인생이 초코칩쿠키가 아니라 눈물 젖은 부대찌개여서 우리는 서로의 테이블에 눈물 닦을 휴지 한 장 가만히 놓아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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