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아이엔씨하이텍 대표

이영자 아이엔씨하이텍 대표. 두 번의 연이은 화재를 딛고 일어선 불굴의 여성 CEO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왼쪽부터 전홍식 전무, 이영자 대표, 전준우 부장.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직원들 월급 주고 나면 통장에 잔고가 0원이었어요. 그렇게 꼬박 10년을 버텼습니다.”

이영자(61) 아이엔씨하이텍 대표는 83년에 공장 문을 연 뒤로 92년과 94년에 두 번의 화재를 연이어 겪었다. 규모를 떠나 공장이 전소되는 비극이었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도료를 입히는 작업을 하는 까닭에 늘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두 번 모두 이웃집에서 시작된 불이 옮겨 붙은 사고였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를 교대로 경험

“이거 도장할 수 있겠습니까?”

현금이 씨가 마를 지경이었던 상황에 물꼬가 트인 것은 2000년 무렵이었다. 현대자동차 1차 밴드에서 신형차에 들어가는 부속 도색작업을 의뢰한 것이었다. 의뢰받은 부품은 당시로선 생소한 도어스커프였다. 도어스커프는 자동차 문 밑에 붙여서 차체를 보호하고 물과 이물질이 스미는 것을 차단하는 부속으로 심미적 기능까지 겸하고 있어서 정밀한 도색이 필요했다. 스테인리스 도색은 아이엔씨로서도 미답지였다.

“금속을 도색하는 게 어렵습니다. 자동차 하체 등에도 도색 작업을 하긴 하지만, 그 부분은 심미적인 고려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작업에 속합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섬세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루에 3~4번씩 울산을 드나드는 건 예사, 1년 동안 고군분투한 끝에 현대자동차에서 고개를 끄덕일 만큼의 도색 수준을 갖추었다. 투싼을 시작으로 소나타, 그랜저 등으로 부품 적용이 확대됐다.

“도어스커프 도색을 하면서 순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회사의 터닝 포인트였죠.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죽어도 못 빠져나올 동굴인 줄 알았는데, 결국 끝이 보이는 터널이더군요.”

도어스커프가 낙수효과였다면 분수효과를 본 경우도 있었다. 80년대 후반부터 지역이 소규모 전자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도맡아 도색했다. 이 회사가 200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하면서 아이엔씨하이텍도 덩달아 일감이 늘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과 LG를 제외하면 제일 많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영자 아이엔씨하이텍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도전자에겐 불경기가 오히려 기회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반적으로 도색에 대한 중요도가 부각됐다. 2000년대부터 품질과 색 모두 향상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도색을 안 하거나 빨간색, 금색 등에 그쳤지만 이후로 다양한 색이 입혀졌다. 제일 마지막 과정이면서 동시에 제품 고급화에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2015년부터 건축자재에 도색에도 뛰어들었다. 건축자재 역시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도색의 중요성이 부각된 까닭이었다.

또 다른 변화는 두 아들이 부모님과 함께 출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큰아들 전홍식(40)전무는 대구 성서 공장을 맡고 있고, 작은아들 전준우(38)부장은 성주에서 주로 일한다.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시작한 일을 아들들이 잇고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면서 “2대에 이어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만큼 어느 회사와 견주에도 실력이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83년에 시작해 2대 36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타업계와 비교해 불량률이 현격하게 낮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대구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월과 경험의 축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두 아들과 함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제조업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장은 생산 공정 중의 하나지만 환경규제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이 분야에서 단단하게 자리를 잡은 만큼 신규 기업과 비교하면 제조업 진출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전 등의 분야 진입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경기가 힘들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도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했다.

“힘들 땐 잔뜩 움츠리기 마련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투자를 멈춘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젊은 기업들은 이럴 때 오히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뒤로 물러설 때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면 훨씬 수월하게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의 노하우와 두 아들의 열정으로 회사를 새로운 반열에 올리겠습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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