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ㆍ복지부, 공ㆍ사보험 정책협의체 개최 
 문재인케어 따른 손보사 반사이익 산정 보류... 내년 보험료 상당폭 오를 듯 
실손의료보험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과잉진료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년 새로운 형태의 실손보험 출시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험 가입자가 얼마나 자주 병원을 이용했는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케어’)으로 보험업계가 얻은 반사이익을 추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확한 규모 산출에 이르지 못해 내년 보험료 산정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에는 업계의 인상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될 공산이 커졌다.

11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공ㆍ사보험정책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내년 중 실손보험 제도 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과잉진료 유발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실손보험 등 민간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의료기관 이용 빈도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는 미가입자보다 외래진료 및 입원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부작용 탓에 금융위와 복지부는 의료기관 이용 빈도에 따라 실손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예컨대 병원을 자주 찾는 가입자는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덜 가는 사람은 적게 내는 식이다. 정부는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조정하는 방안도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조치들로 과잉진료가 줄어들면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는 실손보험 가입자 전반의 보험료가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할인ㆍ할증제가 도입돼도 기존 가입자에겐 영향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협의체는 KDI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문재인케어 정책을 추진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보험업계 보험금 지급이 6.86% 감소하는 반사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원대 재정을 투입해 미용ㆍ성형 목적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진료 항목을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에 실손보험이 지급해야 했던 보험금을 정부가 대신 주는 셈이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율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다만 정부는 KDI의 추산치가 근거 자료의 대표성 문제 등이 있다며 내년도 실손보험료 조정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통계에 들어간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 등 일부 진료가 현실보다 적게 반영돼 있어 보험가입자들의 실제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문재인케어 시행에 따른 반사이익을 토대로 올해 보험료 인상 범위의 적정선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로부터 공을 넘겨 받은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전체 실손보험의 손해율 변동을 고려한 참조순보험요율을 도출한 상태로, 조만간 금융감독원에 신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각 사는 참조순보험요율을 참고해 보험료의 인상폭을 정하지만, 금융사마다 자체 경험통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인상률은 보험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업계에선 올해 급격히 악화된 손해율을 고려해 보험료를 20%까지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반사이익 반영 요인은 사라졌지만, 금융당국이 사업비 축소와 자구노력 등을 요구하면서 여전히 인상률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어 최종 인상폭은 기대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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