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 전윤애 상임감사

“현장에 답이 있다. 사후 지적질하는 감사(監査)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전윤애(60ㆍ사진) 상임 감사의 취임 일성이다. 전 감사의 사자후가 30년 동안 관료 이미지에 갇혀 있던 공단의 DNA를 바꾸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이듬해인 89년 4월 건립됐다. 올림픽 정신과 성공 개최의 유산을 후세에 전하기 매년 1조5,000억원 규모의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하지만 준(準)공기업인 한계로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간 임명된 공단 이사장과 상임 감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전 상임 감사 역시 2018년 5월 임명 당시 그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윤애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체육진흥공단 제공/2019-12-11(한국일보)

기우임이 곧 드러났다. 전 감사는 취임 첫날부터 감사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썼다. 이른바 ‘예방 감사’다. 비유하자면 질병 발생 원인을 규명해 예방에 방점을 찍는 예방 의학과 같은 개념이다. 감사에서 예방이라니…. 공단 안팎의 첫 반응은 다소 뜨악했다. 하지만 전 감사는 보란 듯이 팔을 걷어붙이고 산하 기관들을 찾아 다녔다. 2018년 5월 취임 이후 그해 12월까지 무려 4,000km를 누볐다. 공단 산하 각 지점과 사업소(경륜 경정 골프장 등)를 찾아 나선 것이다. 현장에서는 상임 감사의 방문이 공단 창설이래 처음이라며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올 들어서도 지난 11월 말까지 6,000km를 달렸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체육진흥공단 집무실에서 만난 전 상임 감사는 “이제야 털어놓을 수 있다”며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2018년 5월 경남 진주 스포츠가치센터 공사 현장을 방문한 그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산 중턱에 자리잡은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동행한 담당 공무원에게 개관 시점에는 이용객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투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꼭 반영하겠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현장을 가보지 않고서는 절대 고쳐질 수 없는 예방 감사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다. “예방 감사가 사후적인 감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전 감사의 신념이다. ‘사전예고 테마감사’도 실시하고 있다.

감사원도 ‘전윤애 표 예방 감사’에 주목했다. 공단 관계자는 “감사원의 사전컨설팅 모토와 예방 감사의 성격이 맞아 떨어졌다”며 “모든 공공기관 감사실에 ‛체육진흥공단 감사팀처럼 감사행정을 하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내려 보냈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전 감사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생활체육인에서 엘리트 선수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국가대표까지.... 30여년 체육인으로 살아온 삶이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 때문일 게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전윤애(가운데) 상임 감사와 감사실 직원. 공단제공/2019-12-11(한국일보)

전 상임 감사는 취임 이전 D에 가까운 C를 받았던 공단 상임 감사 평가를 A로 올려 놓았다. 30년 공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B조차 절대 받을 수 없을 것’이라던 안팎의 냉소에 핵펀치를 날린 셈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평가에서 한 단계 상승한 2등급을 달성했고, 기획재정부의 고객만족도조사에서도 최고등급(S등급)을 받았다.

전 상임 감사는 “경영 리스크를 막기 위해 예방 감사 개념을 도입했다”며 “사후 약방문 격으로 지적질하는 감사는 오히려 경영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1983년 볼링 공을 잡은 이후 생활체육인으로 첫발을 뗀 전 감사는 이듬해 볼링이 체육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엘리트 선수로 나섰다. 부산시와 서울시 대표, 국가대표를 거쳐 부산외대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울산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부산ㆍ경남지역 여성 스포츠계 대모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가정주부가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탁구 수영 배드민턴 등 5개 종목의 생활 및 엘리트 체육인들의 소통과 화합을 엮어냈고 부산시체육회 부회장과 부산근대5종연맹회장직도 맡아 행정감각을 익혔다.

전 감사는 청소년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체격은 크지만 체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 꼭 스포츠를 권하고 싶다”며 개인종목 2개와 단체경기 2종목을 이수하게 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점수화해 과거 체력장처럼 대학입시에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전 감사는 “교과서만 파고드는 공부만으론 인성 함양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스포츠를 통해 협동심과 단결력, 리더십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스포츠센터 이용시간과 횟수에 따라 복지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감사는 “노인 스포츠 활성화는 보험수가를 낮춰 국가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스포츠는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핵심 동인”이라고 말했다.

최형철 선임기자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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