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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화성 8차사건 직접수사 결정… 왜 하필 이 시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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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화성 8차사건 직접수사 결정… 왜 하필 이 시점에?

입력
2019.12.11 18:21
수정
2019.12.11 20: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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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당시 수사라인 소환 조사하겠다” 

 검경 갈등이 배경?… 이번엔 이춘재 수사로 시끌 

검찰이 화성 8차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황성연 수원지검 전문공보관이 11일 수원지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검찰이 화성 8차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황성연 수원지검 전문공보관이 11일 수원지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검찰이 ‘진범 논란’이 불거진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을 직접수사하기로 했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윤모(52)씨 측이 검찰에 수사촉구 의견서를 제출한데다 당시 수사기록 등에 의혹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재심 청구 한달 여 만에 갑작스럽게 직접수사 방침을 밝힌 배경과 관련,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진상규명이 필요할 경우 수사라인에 있던 인물이면 검찰과 경찰 가리지 않고 소환하겠다고 못박았다.

황성연 수원지검 전문공보관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윤씨 측 변호인이 지난 4일 검찰의 직접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청하는 수사촉구 의견서를 접수했다”며 “의견서와 당시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직접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의견서에는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관련 의혹에 대해 직접수사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의견서 접수 후 윤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비공개 조사했다.

황 공보관은 “검찰은 11일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를 전담팀으로 검사 5명을 배치했다”며 “화성 8차 범행을 자백한 이춘재(56)를 지난 10일 부산교도소에서 수원구치소로 이감, 이날 오후부터 본격적인 대면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형사 6부는 검찰의 대표적 인지수사 부서인 특수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제출하지 않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당시 분석자료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데다 지금의 경찰이 확인한 내용과 다른 가혹행위 등 새로운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다만 이번 수사가 이춘재 진범여부와 화성연쇄살인사건 전체로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담팀 책임자인 이진동 수원지검 2차장은 “직접수사는 화성전체 사건은 물론 이춘재가 진범이라는 것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닌 윤씨가 진범이었는지, 아니라면 왜 진범으로 몰렸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춘재가 범인인지 여부는 경찰이 화성사건 전체를 송치해오면 그때 가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서 검찰의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있는 만큼 재심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이달 안으로 제출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당시 검사와 경찰 등 수사라인에 있던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벌일 계획”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직접수사 발표를 두고 경찰 측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 등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으로 촉발된 검경 갈등과 무관치 않아서다. 화성사건 전담수사본부 형사들은 전날 이춘재가 이감되는 사실도 모른채 그를 접견조사하러 부산교도소를 방문했다 헛걸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5층 회의실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비공개 브리핑에 앞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5층 회의실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비공개 브리핑에 앞서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검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의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거나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윤씨 측이 경찰의 수사가 더디기 때문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겠느냐”고 했지만 윤씨 측 의견서에는 해당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최근 수사기록, 국과수 당시 기록 등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의 자료제출 거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더욱이 검찰은 이춘재가 수원구치소로 이감한 지난 10일 당일에 경찰에 통보했으며, 직접수사 방침도 사전통보 없이 이미 결정한 뒤 뒤늦게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장검사는 “이춘재의 이감은 사후 통보한 것은 맞지만 절차상 그랬으며 향후 소환 등에 대해서는 상호 협의하기로 했다”며 “최근의 검경 갈등, 수사권 조정과는 무관하며 왜 이 시점에 직접수사를 하게 됐는지는 추후 밝히겠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윤씨가 검거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으며 20년 뒤인 2009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후 이춘재가 8차 범인이라고 자백하자 윤씨는 지난달 박준영 변호사를 통해 수원지범에 재심을 청구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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