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TV의 ‘와이드! 스크램블’(ワイド! スクランブル) 프로그램에서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인터뷰와 함께 그의 저서 ‘반일종족주의’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여름 출간된 ‘반일 종족주의’는 숱한 역사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ㆍ일 양국에서 ‘대박’을 쳤다. 한국에선 베스트셀러가 됐고, 일본에서도 출간되자마자 온라인 서점을 휩쓸었다.

학계에선 그다지 인정하지 않는 극우 인사들의 주장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반(反) 종북 빨갱이’로 뭉친 한ㆍ일 양국 우파의 연대, 갈피를 못 잡는 일본 좌파의 끝없는 몰락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숙명여대에서 열리는 한일공동심포지엄 ‘한일 뉴라이트의 역사부정을 검증한다’ 학술대회는 이 문제를 집중 해부한다. 한일 양국 학계가 ‘반일 종족주의’ 열풍을 공동으로 조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한국 ‘반일 종족주의’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발표문에서 ‘반일 종족주의’의 흥행 요인으로 △일본 넷우익을 등에 업은 극우 유튜버들의 범람 △한일 양국 우파간 역사수정주의 연대와 네트워킹 강화를 꼽았다. 이 책이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건 ‘신(新) 친일파’라 자처하는 유튜버들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일 종족주의’를 대표 집필한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책뿐 아니라 유튜브 ‘이승만 TV’ 강의에서도 관련 내용을 적극 전파했는데, 이게 사실상 일본 ‘넷우익(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 성향 사용자)’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넷우익이 보인 높은 호응도가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다 보니 ‘제2ㆍ제3의 이영훈’을 표방하는 유사 채널들이 급격히 증가했고 ‘반일 종족주의’류의 주장은 ‘돈 되는 상품’이 됐다.

강 교수는 “해당 채널을 보면 ‘일본판 일베’라 불리는 ‘5채널(5ch)’의역사부정론적 입장에 선 일본어 댓글들이 한국어 댓글과 어우러지고 있다”며 “새로운 미디어에 기반한 뉴라이트 계열의 온라인 네트워킹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일 양국 우파의 연대도 ‘반일 때리기’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들은 ‘반일’을 ‘공산주의, 종북, 빨갱이, 매국’과 동의어로 쓴다. 반면, ‘친일’은 ‘자유주의, 애국’과 연결 짓는 프레임을 쓰면서 왜곡된 여론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진단이다.

파탄난 한일관계의 책임은 문재인 정부의 ‘반일 종족주의’ 때문이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위기가 커진 만큼 애국자인 자신들이 나선다는 논리다. 뉴라이트 세력이 기존 역사 교과서에 대해 ‘종북 좌편향’이란 딱지를 붙이고 나와 공세를 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 열풍 뒤에서 침묵하는 일본 좌파의 책임을 묻는 내용을 발표한다. 17년 전 발표한 ‘반(半) 난민의 입장에서’라는 글에서 서 교수는 이미 “시민파 리버럴 세력의 자기붕괴 내지 변질이 심각하다”며 일본 좌파의 퇴락을 예언했다. 서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계속되는 항일투쟁’ 글을 통해 “일본 리버럴 세력이 아베 정권과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 대해 견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천황제 옹호’와 ‘전쟁 및 식민지 지배 책임’ 그리고 ‘민주주의적 가치’가 어떻게 양립 가능한가에 대해 일본 리버럴파는 확실한 답변 없이 애매한 입장으로만 일관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그럼에도 비판적 연대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리버럴 세력을 포함한 일본 국민 대다수에게 내면화돼 있는 식민주의 심성에 엄격하게 맞서면서, 그들의 각성을 촉구해야 한다”며 “그것이 옛 식민지 피지배 인민의 일원으로 조선민족이 짊어져야만 하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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