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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년 만에 국민 품 돌아오는 용산, 어떤 슬픈 역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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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년 만에 국민 품 돌아오는 용산, 어떤 슬픈 역사 있나…

입력
2019.12.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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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세기 몽골부터 淸ㆍ日ㆍ美가 번갈아 군사 거점으로 활용 

11일 한미가 반환 절차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전경. 연합뉴스
11일 한미가 반환 절차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전경. 연합뉴스

구한 말부터 줄곧 중국, 일본, 미국 등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쓰여 온 서울 용산이 땅 주인인 한국 국민 품으로 돌아오는 건 무려 137년 만이다. 고려시대인 13세기 몽골군도 이 땅에 주둔했을 정도로 외국군 용산 점거 역사는 길다. 용산엔 어떤 슬픈 사연이 깃들여 있을까.

한미 간 합의로 11일 반환 절차 개시가 발표된 주한미군의 핵심 주둔지 용산에 처음 외국군이 주둔한 시기는 13세기 말이다. 당시 고려에 쳐들어 온 몽골군(원나라)이 일본 정벌을 위한 병참 기지를 용산에 설치했다. 이후 약 300년이 지난 1592년 임진왜란 초기에 대륙 공략을 노리던 왜군이 다시 용산에 후방 병참 기지를 만들었다.

용산에 외국 군대가 본격 상주한 건 1882년부터다. 임오군란 때 청나라군이 용산기지 북부(현 캠프 코이너)에 지휘소를 세웠다. 이후 청일전쟁 발발 뒤인 1894년 일본군 8,000여명이 상륙해 용산을 조선 진출의 전초 기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일본이 번갈아 가며 용산을 각각 해양ㆍ대륙 공격에 필요한 교두보로 삼은 셈이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화가 진행되던 1889~1918년에는 용산에 일본 대륙 진출의 발판인 철도가 건설되고 일제 군사 기지(사령부)가 구축됐다. 이후 1945년까지 용산은 대륙 침략을 위한 일제의 동원 기지 구실을 했다. 1938년부터는 강제 동원되는 조선 청년의 입영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1945년 광복 뒤에는 주둔군이 미군으로 바뀐다. 미 군정(軍政) 시기가 열리면서다. 1949년은 구한 말 이후 용산에 한국군이 단독 주둔한 유일한 해다. 광복 후 3년여간 머물던 미 7사단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계기로 나간 뒤 이듬해 곧장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용산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50년 6ㆍ25전쟁 발발로 1년도 채 안 돼 다시 용산에 미군이 들어왔다. 전쟁 기간 동안 미군이 용산 기지 재건을 시도하자 1952년 정부가 용산을 미군에 공여했고, 정전(停戰)협정 직후인 1953년 9월 미 8군사령부가 용산으로 이전했다. 같은 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일본 도쿄(東京)에 있던 유엔군사령부가 1957년 용산으로 옮겨왔고, 그 해 주한미군사령부도 창설돼 용산에 자리잡았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도 가세했다.

32년 전인 1987년은 한미 간에 용산 기지 이전 논의가 시작된 해다.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환수 및 용산 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한 게 신호탄이 됐다. 이후 △한미 정상 간 용산 기지 이전 합의(2003년) △용산기지이전협정(YRP) 체결(2004년) △용산국가공원 조성 결정(2005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정(2007년)까지 이전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이전으로 한미동맹이 약화할 것을 걱정한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집권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정부 관계자는 “용산은 고려ㆍ조선시대 주요 전쟁기에는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의 핵심 거점으로 이용됐던 지역”이라며 “용산 기지의 반환은 이 지역에서 한 세기여 만에 우리 역사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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