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음원사들 힘겨루기ㆍ신경전 한창
스포티파이 국내 상륙 움직임까지 겹쳐
직장인 김형민(47)씨는 아이유의 새 앨범 ‘러브 포엠’을 듣고 싶어 애플뮤직에 접속했지만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아이유의 신작은 아예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김씨가 애플뮤직에서 최근작을 접할 수 없었던 가수는 아이유뿐 만이 아니었다. 박정현이 지난 7월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더 원 더’를 비롯, ‘인디음악계의 BTS’라 불리는 우효가 지난 4월에 낸 ‘성난 도시로부터 멀리’도 이 음원 사이트에선 들을 수 없다. 이들 가수의 노래는 애플뮤직만 떠나면 들을 수 있다. 멜론ㆍ지니ㆍ벅스 등 국내 음원 사이트는 이들 곡을 모두 서비스하고 있어서다.
11일 음악계에 따르면 음원 사이트들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애플뮤직은 미국 유명 음원 사이트인데다 2016년 8월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3년이 지났으니 충분히 자리 잡고도 남음이 있음에도, 국내 음원 계약에는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김씨 사례는 그 증거다. 아이유의 소속사는 카카오M이다. 카카오M 산하에 멜론, 그리고 박정현ㆍ우효의 소속사인 문화인이 있다. 계열사로 얽혀 있다 보니 자연스레 카카오M은 이들 가수들의 음원을 쉽사리 애플뮤직에게 주지 않는다. 카카오M측은 “애플뮤직과 계약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음악기획사에서 가수 발굴과 곡 수집(A&R)을 하는 한 관계자는 “아직도 계약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건 국내 음원 1위 업체인 멜론과 해외 굴지의 음원 업체인 애플뮤직 간의 견제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신경전을 부채질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해외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음원 스트리밍사이트 ‘스포티파이’가 한국 상륙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저작권 신탁단체의 한 관계자는 “스포티파이가 최근 국내 서비스 검토를 위한 실무 문의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확정되면, 국내 대표 업체와 해외 대표 업체간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해외 팝을 즐겨 듣는 이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애플뮤직 사례를 아는 스포티파이는 한국 가수 음원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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