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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수졸당, 노무현 묘역 … ‘승효상 30년’ 다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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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수졸당, 노무현 묘역 … ‘승효상 30년’ 다 모았다

입력
2019.12.11 21: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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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ZIP에서 열리는 ‘승효상. ZIP: 감성의 지형’에 전시되는 서울 견지동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왼쪽 사진)과 경북 경산의 하양무학로교회(오른쪽)의 흑백 사진. 두 건물 모두 승효상이 설계했다. 파라다이스ZIP 제공
12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ZIP에서 열리는 ‘승효상. ZIP: 감성의 지형’에 전시되는 서울 견지동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왼쪽 사진)과 경북 경산의 하양무학로교회(오른쪽)의 흑백 사진. 두 건물 모두 승효상이 설계했다. 파라다이스ZIP 제공

건축가 승효상(67)의 대표작을 총망라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전이 12일부터 서울 장충동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ZIP에서 열린다. 그가 설립한 건축사무소 이로재 설립 30주년을 맞아 기획된 전시다. 집이 아닌 삶을 짓는다는 의미에서 그가 내세워왔던 건축철학, ‘빈자의 미학’이 걸어온 30년 여정을 압축파일처럼 만들어 선보인다.

전시에 등장하는 건축물들 면면은 화려하다. 승효상이 이로재를 열고 처음으로 설계를 맡았던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집 ‘수졸당(1989)’에서부터 개인주택인 ‘수백당(1999)’, 종교시설인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2008)’과 ‘하양무학로교회(2018)’,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2009)’에다 최근 완공된 ‘사유원 명정(2019)’에 이르기까지, 그가 설계한 주요 건축물 30여곳에 대한 모형 21점, 사진 72점 등이 소개된다. 건축에 대해 잘 몰라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본 건물들이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인 파라다이스ZIP 자체도 승효상이 2016년 80여년된 2층 양옥집을 직접 리모델링한 곳이다.

전시에 추려진 공간들은 그가 1992년 선언한 ‘빈자의 미학’ 그 자체다. 건축이라 해서 뭔가 요란하게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건물의 정수만 남긴 채 군더더기를 완전히 배제한 공간을 짓는다. 승효상은 그렇게 비운 속을 인간의 삶으로 채워 넣는 것이 건축이 완성이라고 주장해왔다.

전시에 앞서 승효상은 “건축은 단지 외관을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짓는 것이며, 우리의 선함, 진실됨, 아름다움을 날마다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다”라며 “이러한 건축이 모여 사람이 사는 세상의 풍경이 완성된다는 뜻에서 이번 전시의 타이틀을 ‘감성의 지형’으로 붙였다”고 말했다.

승효상이 설계한 디자인비따(왼쪽 사진)와 사유원 명정. 파라다이스ZIP 제공
승효상이 설계한 디자인비따(왼쪽 사진)와 사유원 명정. 파라다이스ZIP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그는 “내가 설계한 작품을 되돌아보면 창피하다”라면서도 “다만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30년간 제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건축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작품에는 별다른 설명은 없다. 특정 건물이 아니라 그가 만든 건물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가치만을 전달됐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램이다. 승효상은 이번 전시를 ‘회고전’으로 보지 말라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는 “지나 간 것을 모은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떤 건축을 선보일지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선언하듯 꾸렸다”며 “특정 건축물 그 자체로만 보지 말고 관람객 본인이 그 공간 안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9일까지.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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