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귀에 꽂으면 끝 부분이 길쭉하게 튀어나온 디자인 탓에 ‘콩나물’이란 조롱까지 받았다. 그랬던 에어팟이 무섭게 뒷심을 발휘하면서 전체 웨어러블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급기야 ‘히어러블(hear+wearableㆍ귀에 착용할 수 있는 기기)’ 시장 개척에 성공한 양상이다. 이미 참전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휴대폰 제조사는 물론이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히어러블 시장 경쟁에 합류할 태세다.
11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이 8,45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무려 94.6%가 늘어난 수준이다. 이 중 무선 이어폰 판매량 증가폭은 같은 기간 242.4%를 기록했다.
3분기 웨어러블 시장에서 무선 이어폰의 점유 비중은 48.1%로 조사됐다. 이어 시간 표시, 걸음 수 측정 등 필수 기능만 갖춘 스마트밴드(팔찌)가 22.7%, 통신 기능 및 수면 기록 추적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탑재된 스마트워치는 20.9%를 기록했다.
무선 이어폰의 대중화 배경으로는 스마트폰 디자인의 변화와 가격 안정화 등이 꼽힌다. 라몬 라마스 IDC 웨어러블 연구 책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유선 이어폰을 꼽는 구멍을 제거하면서 무선 이어폰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가격도 많이 저렴해진 점이 시장 확대의 또 다른 요인이며 일부 제품은 2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서 애플이 2016년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이어폰 단자를 뺐고 삼성전자는 올해 8월 ‘갤럭시노트10’에서 이어폰 구멍을 없앴다.
기업별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35%로 압도적이다. 후발주자인 샤오미(14.6%)와 삼성전자(9.8%)와 화웨이(8.4%), 핏빗(4.1%) 등과 격차는 상당하다.
히어러블 시장 팽창은 인공지능(AI) 생태계 확장에 목마른 기업들의 필요성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히어러블 기기는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입과 가까운 곳에 착용, 음악 듣기나 통화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음성인식 기반의 AI와 연결이 유리하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을 단단한 생태계로 묶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다양하다. 에어팟은 이미 “시리야”란 호출로 전화, 음악재생, 음량 조절 등을 명령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생태계 확장 차원에서 내년 2월로 점쳐진 ‘갤럭시S11’ 공개 행사를 통해 ‘갤럭시 버즈’ 신제품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모바일 기기 분석가는 “음성인식 기반 AI 비서 기능 확대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더욱 대중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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