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한 파견용역업체서… 업주 뒤늦게 밀린 임금 지급키로
경북 영천의 한 용역업체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급여 대신 ‘종이 쿠폰’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ㆍ경북 이주노동자 인권ㆍ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게 임금 대신 '종이 쿠폰'을 지급한 업주 구속을 촉구하며 대구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11일 연대회의 등에 따르면 사업주 A씨는 한국인과 결혼해 정착한 베트남 여성 B씨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모집해 파, 마늘, 사과 농장 등에서 하루 9시간 이상 근무시키는 무허가 파견 사업을 했다.
A씨는 이들이 가족 초청 비자로 입국해 국내에서 취업이 불가능한 점을 악용해 지난해부터 “나중에 현금으로 바꿀수 있다”며 회사 사정 등을 이유로 급여 대신 '종이 쿠폰'을 주며 최소한의 현금만 지급,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돈이 필요하다고 간곡히 요청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또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 국내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을 악용해 주변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 A씨의 사업장에서 근무한 노동자는 최근 2년간 200여명에 피해액도 4억여원에 이른다.
최선희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전체 피해 금액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며 “돈을 못 받아서 베트남으로 간 경우도 있고,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긴 경우도 있기 때문에 피해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현장에서 근무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업무일지를 분석하는 한편 추가 피해는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재 A씨의 사업장에서 20여명이 외국인 노동자가 아직도 일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또 “이주 노동자들은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며 “노동을 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체류할 수 없는데 생존을 위한 노동을 제도상 불허함으로써 부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의 약점을 악용해 체불을 악질적으로 일삼는 사업주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업주 A씨는 노동청 고발 이후 뒤늦게 밀린 임금을 모두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노동청은 12일부터 관련자들을 부르는 한편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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