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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문희상 의장의 ‘심야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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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문희상 의장의 ‘심야 결단’

입력
2019.1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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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내년도 예산안 상정에 항의하고 있다. 옆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배우한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내년도 예산안 상정에 항의하고 있다. 옆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배우한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10일 밤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한 데에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입법 성적이 저조해 ‘식물 국회’ 오명을 쓴 20대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 정부 예산안 처리도 하지 못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당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의장은 이날 종일 본회의 개의와 속개 시간을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시, 오후 8시 등으로 변경해 가며 여야 원내대표 및 중진 의원들과 회동했다. 특히 오후 들어 문 의장이 주재한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ㆍ예결위 간사 7인 회동에서 예산안 합의를 시도하는 등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증액 4,000억원에 대한 구체 내역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당 내 의견을 모을 수 있게 1시간 만 더 기다려달라”는 등의 요구로 시간을 끌자, 문 의장은 결단을 내렸다. 여권은 한국당의 요구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한 예산안 지연 전략이라고 의심했고, 문 의장도 이에 동의한 것이다.

한국당이 요구한 ‘4,000억 내역 확인’에는 2, 3일이 소요되는 만큼, 한국당 요구를 수용했다면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었다. ‘1시간만 더 기다려 달라’는 요구도 마찬가지라는 게 여권의 판단이었다. 여권은 한국당이 예산안 및 부수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계속 제출해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봤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내내 문 의장을 찾아 “국회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한국당의 지연 전략에 끌려 다녀선 안 된다” “예산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는 국회의 의무다” 등의 논리를 펴며 10일 중 예산안 상정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몇 시간 앞두고 정부 예산안 상정을 결행한 문 의장은 그러나 본회의장에서 30분 넘게 한국당 의원들로부터 “아들 공천!” “공천 대가!” 등 인신공격성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국회 관계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려도 여야 합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다수 의석 확보한 의원 협의체의 요구가 존재하면 의장이 이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산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감, 한국당 측에서 복수의 예산안 수정안을 제출하려는 기색이 감지된 것도 문 의장의 결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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