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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김기현 靑첩보’ 받은 뒤, 무혐의 사건 죄명만 바꿔 고발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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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김기현 靑첩보’ 받은 뒤, 무혐의 사건 죄명만 바꿔 고발 종용했다

입력
2019.12.11 04:40
수정
2019.12.11 09: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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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자에 혐의 불러주며 고발장 쓰게 해… “황운하 청장이 직접 챙겨” 

/그림 1울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건설업자 김모씨를 종용해 지난 해 1월 경찰에 접수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 고발장 첫 장. 울산=김영훈 기자


울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첩보가 정식으로 접수된 뒤, 일부 무혐의 처리된 김 전 시장 측 사건에 대해 죄명을 바꿔 형사고발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찰은 김 전 시장 측 고발인 건설업자에게 상세히 혐의까지 불러주며 ‘셀프’ 고발장을 만들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첩보에 따른 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김 전 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포위망을 만들었다는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청 지수대 관계자는 김 전 시장 동생이 연루된 30억원 용역계약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건설업자 김모씨를 지난 해 1월5일 경찰청으로 불렀다. 앞서 김씨는 2014년 3월 김 전 시장의 동생에게 “건설 인허가를 도와줘 사업이 성공하면 보수로 30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썼고, 사업이 실패한 뒤 이 내용을 김 전 시장 측에 보내면서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해당 인허가 비리 의혹 사건 전반을 수사했지만, 2017년 7월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경찰이 김씨를 부른 이유는 고발장을 새로 접수해 달라는 것. 앞서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경찰에 불신을 갖고 있던 김씨를 향해 수사과장 등 경찰 간부들까지 나서 “이번엔 다르다. 앞서 무혐의된 사건의 죄명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바꿔 고발장을 좀 접수해달라”고 간청했다. “경찰이 어떻게 쓰면 된다고 조언을 해줬다”고도 한다. 이에 김씨는 고발장을 새로 제출했다. 무혐의 처리된 앞선 고발장에 첨부했던 30억 계약서도 경찰에서 "이미 검찰에 송치해 버렸다"고 해 다시 제출했다.

경찰이 김씨를 종용해 고발장을 쓴 것은 2017년 12월28일 울산 경찰청이 청와대에서 내려온 김기현 첩보 문건을 접수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김 전 시장 관련 사건을 직접 챙기면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30억 용역계약 사건을 황 청장이 직접 확인하니까 신경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김 전 시장 동생과 관련된 30억 용역계약 사건은 경찰 내 첩보 형태로 남아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수사 착수가 안될 것 같아 고발장을 다시 받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2017년 11월에도 김씨를 불러 김 전 시장 재임 기간에 발생한 토지강제수용 문제에 대한 고발장 제출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11월초 청와대에서 경찰본청으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가 이첩되는 시기와 맞물리고,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문모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내용을 알려준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때라는 점에서 이 또한 의심스런 경찰의 행보다.

두 사건의 처리 과정은 그 동안 청와대 등의 해명과도 배치된다. 청와대와 황 청장은 “하달된 김기현 첩보에는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레미콘 업체 선정 과정에 권한을 남용했다는 내용 한 건뿐이었고, 30억 용역계약 및 김 전 시장 정치자금법 의혹은 경찰이 기존에 별도로 정상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사건”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사건만 놓고 보더라도 상당히 의심스런 시점에, 고발장 제출을 종용하는 극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더구나 당시 지수대 책임자는 김씨에게 30억원 용역계약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종용하면서 “황 청장이 직접 김 전 시장 관련 사건에 대한 불만 상황을 챙기고 있어서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윗선의 지시에 따라 비정상적 수사가 진행됐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경찰의 비정상적인 수사 착수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당시 지수대 및 수사라인 관계자들에게 이미 소환을 통보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수사 일정 등의 이유를 대면서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강제 구인 카드도 검토하며, 30억 용역계약 사건 수사의 실체를 반드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울산=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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