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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합쳐 ‘113년’ 연기 인생… 박웅ㆍ장미자 부부가 보여주는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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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합쳐 ‘113년’ 연기 인생… 박웅ㆍ장미자 부부가 보여주는 ‘노년’

입력
2019.12.11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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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배우 박웅(왼쪽), 장미자 부부가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연극 '황금연못에 살다' 리허설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배우 박웅(왼쪽), 장미자 부부가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연습실에서 연극 '황금연못에 살다' 리허설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연극 말고 딴 걸 하려면 젊었을 때 이미 했겠지!”(장미자)

“다른 거 할 돈도 없고.”(박웅)

“돈 얘기 하지 말어~ 돈 생각 하면 당신이랑 안 살았어. 하하하.”(장미자)

“그래서 우리는 빼도 박도 못하는 연극 배우요.”(박웅)

둘이 합쳐 연기 경력만 113년이다. ‘빼도 박도 못할’ 연기 인생, 이럴 바에야 함께 잘 살아보자 맹세한 지도 51년이 흘렀다. 부부로, 동료 배우로, 이젠 지겨워질 법도 한데 올해 동반 출연한 작품만 3개째다. 12일 개막하는 연극 ‘황금연못에 살다’(이하 ‘황금연못’)에서 또 ‘부부’이길 택한 ‘진짜 부부’ 배우 박웅(79), 장미자(78) 이야기다. ‘황금연못’ 리허설에 한창인 지난 5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부부는 “13년 전 같은 작품을 했었는데 세월은 세월이라 쉽지만은 않다”며 웃었다.

부부는 1963년 동아방송국 성우 1기로 함께 입사했다. 김무생, 사미자, 이완호, 홍계일 등 원로 배우ㆍ성우들이 동기. 연극에 대한 관심이란 공통점을 통해 눈이 맞은 두 사람은 1968년 부부가 됐다. ‘진짜 부부’가 ‘부부 배우’로 나오는 ‘황금연못’은 제4회 늘푸른연극제에 선정된 여섯 작품 중 하나다. 70대 노부부와 딸 미나가 결혼, 이혼을 두고 겪는 갈등과 화해 과정을 그린다.

[저작권 한국일보] 1968년 결혼한 배우 박웅, 장미자 부부는 동아방송국 성우 공채 1기 동기다. 올해만 3개 작품에 부부로 출연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1968년 결혼한 배우 박웅, 장미자 부부는 동아방송국 성우 공채 1기 동기다. 올해만 3개 작품에 부부로 출연했다. 서재훈 기자

‘황금연못’ 대본에 혹한 건 남편 박웅이었다. 70대 노부부, 중년 딸, 어린 자녀들까지 여러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박웅은 “이 작품이 관객뿐 아니라 연극계에도 선후배간 소통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길 바란다”며 “연극하기 참 힘든 세상이 돼 한번 무대에 올려지고 마는 작품이 많아졌지만 ‘황금연못’은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 중 박웅은 천체물리학자이자 이상을 좇는 몽상가로, 장미자는 남편과 딸을 돕는 섬세한 인물로 등장한다. 실제 삶에서도 그럴까. 장미자는 “남편을 도울 건 연기 연습인데, 우린 연습을 같이 안 한다”며 웃었다. “부부가 같은 배우라 오히려 민감한 점이 있어요. 서로 자존심이 있으니 연극이나 방송할 때 최대한 관여하지 않아요. 같은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진데, 부부라는 건 참 묘해.” 부부는 같은 시기 시작한 각자의 연기 인생에서,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비결로 ‘서로의 연기에 간섭하지 않음’을 꼽았다.

[저작권 한국일보] 배우 박웅은 무대 기회를 얻기 위해 직접 늘푸른연극제 공모에 '황금연못에 살다'를 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배우 박웅은 무대 기회를 얻기 위해 직접 늘푸른연극제 공모에 '황금연못에 살다'를 냈다. 서재훈 기자

벌써 여든에 가까운 원로이지만 두 배우는 작품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9월 경기 과천축제 속 거리극 ‘아름다운 탈출’에 동반 출연했다. “거리 한복판에서 연기를 하고 다니면 관객이 배우를 쫓아 다니면서 보는 형식이에요. 관객 중에 몇 사람을 선택해서 이야기도 하고 빙빙 돌고 춤도 추고 그래요. 신이 나더라고.”(장미자) 거리에서 40분 간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체력 부담이 큰 작품이었지만, 부부는 되레 “이런 연극이 많이 개발 돼야 한다”며 열정을 비쳤다.

연극하는 삶의 배고픔을 알기에 부부는 후배들 이끌기에도 여념이 없다. 장미자는 극단 삼각산의 대표로, 박웅은 수십년 역사의 극단 자유의 터줏대감으로 후배들을 위한 무대 마련에 공들이고 있다. 작품을 보러 와달라는 후배들의 ‘러브콜’에 수시로 대학로를 드나든다.

[저작권 한국일보] 배우 장미자는 극단 삼각산 대표로 후배들의 재정, 무대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배우 장미자는 극단 삼각산 대표로 후배들의 재정, 무대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부부는 이미 내년 봄 무대를 구상 중이다. 확정된 작품은 없지만 “스스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하고 싶은 역할이나 작품이 자꾸 나이에 걸리는 건 사실이에요. 아직 둘 다 마음이 어려서 그런가, 무슨 역이든 다 해내겠다는 마음이 있죠.” 장미자가 말하자 박웅이 슬쩍 한마디 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이니 건강하기부터 하자.” 건강 문제로 2년간 쉰 아내 장미자가 걱정이어서다. 두 배우가 출연하는 ‘황금연못’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2일부터 15일까지 공연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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