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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회장이 남긴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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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우중 회장이 남긴 말말말

입력
2019.12.10 17:52
수정
2019.12.10 18:4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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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우중 회장의 생전 모습.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고 김우중 회장의 생전 모습.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굴곡졌던 인생을 대변이라도 하듯, 세간에 회자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어록도 적지 않다.

그는 1998년 한 조찬 모임 특강에선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출발해 30년 만에 이만한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겐 능력이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대우그룹을 이끌면서 ‘세계 경영’에 매진할 때였다. 아프리카로 남미로, 다른 경쟁 기업들이 가지 않는 곳을 찾아 다녔고 실제 그는 1년에 280일 이상을 해외 현장에서 보냈다. ‘부족한 것으로 찾기 보다는 일단 한 번 해보자는 의지와 할 수 있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던 때’라 가능했을 것이란 게 지인들의 평이다.

무엇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그의 발언은 여전히 많은 생각을 낳게 하고 있다.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의지를 이렇게 입버릇처럼 전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기업인’이 됐다. 1997년 불어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여파로 대우그룹은 공중분해 됐다. 몇 년간의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2005년 하노이발 아시아나항공 OZ734편으로 입국했을 당시 그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에서 자신과 대우를 ‘실패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실패한 기업인으로서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대우그룹이 예기치 못한 IMF 사태를 맞아 그 격랑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국가경제에 부담을 준 것은 전적으로 저 자신의 잘못입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을 ‘회사를 소유하기 보다는 경영하고자 했던 기업인’으로 기억한다. 실제 김 전 회장은 1977년 동아방송 신년대담에 출연해 “‘성취형 전문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경영자는 사업에 미쳐야 모든 것이 보이고 미래도 대비할 수 있다. 특히 한창 커가는 기업에서는 경쟁력의 99%가 경영자에게 달렸다”는 그의 말도 이 같은 의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가한 ‘채찍질’로 읽혔다.

사람에 대한 애정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는 “우리에게는 사람 그 자체가 경쟁력이었다”고 했고 그룹 해체 후에는 “한국의 마지막 세대가 돼 선진한국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어록을 담은 저서 ‘김우중 어록: 나의 시대, 나의 살, 나의 생각’ 서문에서 “나의 발언은 어렵고 힘든 시절 경제를 일으켜 세운 우리 세대가 전하는 그 시절의 정서이자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유언은 별도로 남기지 않았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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