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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음원시장 최강자는 ‘굿쇼’ 앤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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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음원시장 최강자는 ‘굿쇼’ 앤 마리

입력
2019.12.11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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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대 들어 해외 팝송 연간 차트 첫 1위ㆍCD판매량 역대 최고 

 음원ㆍ소비량으로 돌아본 2019년 음악 시장 

영국 가수 앤 마리는 '2002'의 경쾌한 음악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솔직하게 팬들과 소통하며 벽을 허문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영국 가수 앤 마리는 '2002'의 경쾌한 음악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솔직하게 팬들과 소통하며 벽을 허문다.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퀴즈 하나. 올해 한국 음원 시장 1위는 세계를 누비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차지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K팝의 본고장’ 한국의 음원 시장을 석권한 건 정작 해외 팝송이었다.

2019년 올 한해 음반 시장엔 이변이 이어졌다. 줄어들 줄 알았던 CD 판매량은 201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CD 시장이 활력을 잃은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다. 한국일보가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에 의뢰해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음원ㆍ음반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다.

음원 시장에선 그간 K팝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팝송의 역습이 두드러졌다. 멜론ㆍ지니 등 국내 주요 6개 음원 사이트에서 올해 가장 많이 재생(스트리밍)된 노래는 영국 가수 앤 마리의 ‘2002’였다. 음콘협이 2010년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해외 팝송이 국내 연간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욘세, 아델, 머룬5 같은 해외 정상급 가수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자리다.

마리의 두각은 뒷심의 승리였다. 인지도가 낮아 곡 발표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서 뒤늦게 ‘곡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2002’를 찾아 듣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앤 마리 ‘2002’의 이유 있는 역주행 

마리는 2002년에 겪은 첫사랑의 경험을 ‘베이비 원 모어 타임’(브리트니 스피어스)과 ‘바이 바이 바이’(엔싱크) 등 당시 유행했던 노래 가사로 풀어 추억을 소환했다. 음악 팬들은 그 ‘재치’에 반했다. 마리의 음반을 국내에 들여온 워너뮤직코리아가 만든 ‘2002 가사 한글 번역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1,316만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많아야 10만 건을 간신히 넘기는 해외 팝 번역 동영상에 비해 100배 이상이다. 재치 넘치는 ‘2002’ 가사에 푹 빠진 한국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2002’ 곡이 발표된 건 지난해 4월이었다. 하지만 이런 뒤늦은 관심 덕에 월간 차트 2위까지 치고 올라온 건 1년도 더 지난 올해 6월이었다. 놀라운 역주행이었다. ‘2002’ 가사를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는 “‘2002’ 노랫말은 10대의 학교생활을 다룬 미드(미국드라마)의 에피소드처럼 현실적이고 솔직해 30대 이상엔 추억을, 10대에겐 없던 추억도 만들어주는 매력을 지녔다”라고 말했다.

마리의 ‘2002’가 ‘올해의 음원 1위’에 올라선 건 그의 ‘한국 사랑’ 덕도 컸다. 뒤늦은 인기에 지난 7월 한국을 찾게 된 마리는,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야외 공연이 취소됐다. 팬들이 낙담하자 마리는 자신의 숙소였던 호텔 로비에서 깜짝 공연을 열었다. 팬들은 마리의 이런 마음 씀씀이에 열광했다. 그 뒤 ‘2002’는 더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까지 월간 차트 톱20을 유지했다. 마리의 ‘2002’가 장기흥행으로 ‘국민 팝송’이 된 배경이다.

‘2002’ 외에도 미국 가수 빌리 아이리시도 히트곡 ‘배드 가이’로 톱20(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태영 음콘협 팀장은 “국내 음원 시장에서 팝송의 선전은 실시간 차트를 없앤 일부 음원 사이트의 큐레이션(개인별 맞춤 음악 추천) 효과”라고 분석했다. 플로(SK텔레콤)와 바이브(네이버) 등 일부 음원 플랫폼의 서비스 변화가 ‘톱100’ 위주 소비에 작은 균열을 내 팝송의 부각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2019년 음원(스트리밍) 순위 톱 10. 그래픽=김대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2019년 음원(스트리밍) 순위 톱 10. 그래픽=김대훈 기자

 ◇강력한 팬덤 … CD는 K팝 아이돌 천하 

음원과 달리 음반은 ‘K팝 천하’였다. 연간 CD 판매량 1위는 방탄소년단이었다. 지난 4월 낸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등으로 올 한해만 홀로 500만장이 넘는 CD를 팔아 치웠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음원 시장과 달리, 음반 시장은 ‘아이돌 팬덤’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진 셈이다.

그 덕에 아이돌 그룹 CD 시장은 요즘 전성기다. 지난달 30일까지 CD 판매량은 모두 2,385만 여장으로 집계됐다. 8년 전인 2011년보다 판매량(682만 장)이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소장가치 면에서 LP쪽으로 쏠리는 미국의 추세와 정반대다. 최근 미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 LP 매출은 1986년 이후 처음으로 CD를 앞섰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소장가치 면에서 LP보다 CD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팬들이 CD를 일종의 기념품처럼 구매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아이돌그룹은 같은 앨범을 사진만 달리해 5가지 버전으로 내고,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좋아하는 가수 사진을 모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사인회 응모 당첨 기회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음원 차트에서 아이돌그룹이 밀리자 일부 팬들은 ‘CD를 더 열심히 사자’고까지 하는 분위기”라며 “요즘엔 K팝 신인 아이돌그룹의 첫 CD도 20만장 넘게 팔리는 추세라 CD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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