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변호사 출신 법무부 인권국장
한나라당 비판 SNS 게시물 꼬투리
“황국장이 주도하는 인권교육 안돼”
과거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험한 말을 쏟아냈던 재야 변호사 출신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을 두고 한국당 의원들이 ‘뒤끝’을 제대로 드러냈다. 황 국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그가 책임을 맡은 인권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엄포를 놓은 것이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5일 회의에서 “황희석 인권국장이 주도하는 인권교육은 하면 안 된다”며 인권교육 사업비 등 인권국 예산 삭감을 강하게 요구했다. 장 의원은 “법사위에서 안 되면 예결위에서 내가 관철할 것”이라고도 압박했다. 이틀 뒤 소위 회의에서 법사위 소속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인권국장이 사임하고 다른 국장이 오면 제대로 해줄 것이라는 게 장제원 의원 취지”라며 황 국장에게 “진정한 인권을 위해 사임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단순히 ‘황희석’이라는 사람 때문에 해당 국 예산을 삭감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의원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랜 기간 필요하다고 판단돼 진행됐던 정책인데 국장 때문에 아예 못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인권국장이 사임하면 해결될 일”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인권교육예산 2억1,900만원은 전액 삭감돼 0원으로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에 따라 내년에는 검찰과 법무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업무추진비 1,000만원도 최종 삭감됐다.
야당 의원들이 이처럼 황 국장에 날을 세우는 건 올해 국감에서 공개된 황 국장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때문이다. 해당 SNS에는 ‘한나라당 이 X새끼들’, ‘하는 게 새대가리당하고 비슷하네’ 등으로 야당을 비난하는 글이 게시됐다. 황 국장은 당시 “7~8년 전 선거캠프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직접 작성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권국장 품위’ 문제로 삭감될 뻔 했다가 구사일생한 예산도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인권국 직원들이 야근하거나 주말에 출근해 근무할 때 주는 식비(특근매식비) 예산 6,400만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원들만 힘들게 하는 게 아니냐” 등의 지적이 쏟아지자, 김 의원은 “장 의원한테 혼 나더라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이것은 내가 철회하겠다”며 선심 쓰듯 전액 삭감 요청을 철회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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