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M이 스타 예능 PD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 9월 영화사 월광과 사아니픽쳐스의 최대 주주가 된 바 있다. 내년 영상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다.
카카오M은 10일 박진경ㆍ권해봄 MBC PD, 문상돈 MBC에브리원 PD, 김민종 YG엔터테인먼트(YG) PD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문 PD는 지난 9일 이미 입사했으며, 다른 PD들은 내년 초 합류 예정이다.
카카오M 영입 인사는 모두 MBC에서 스타 예능 PD로 이름나 있었다. 박 PD와 권 PD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를 연출 중이다. 이들은 방송에도 직접 여러 차례 출연했고, 특히 권 PD는 출연자가 뭘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서 ‘모르모트 PD’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하다. 문 PD는 케이블 채널 MBC에브리원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어서와)’를 담당하며 최고시청률 5.8%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 PD는 2017년 YG로 이직하기 전까지 MBC 인기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연출했다.
이들은 카카오M 산하 디지털콘텐츠 스튜디오에 투입된다. 20분 이하 짧은 길이의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의 기획 및 제작을 맡는다. 스튜디오는 내년 초까지 PD를 추가 영입해 내년 중 온라인 플랫폼 등에 영상 콘텐츠를 방영할 계획이다. 오윤환 카카오M 제작총괄은 보도자료를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 소비 습관이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TV나 온라인 콘텐츠들과 차별화된 소재와 내용, 형식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사 없는 기업’으로의 PD 이적 행렬은 이례적이다. TV를 포기한 셈이다. 그간 PD 자리이동은 지상파에서 종합편성(종편)채널 혹은 tvN 등 CJ ENM 산하 케이블 채널로 이뤄졌다. 몇몇 PD가 YG 등 연예기획사로 이직한 전례가 있으나, 흔치 않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카카오M으로 이적한 PD들은 예전과 달리 거액 연봉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대목이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이제 PD들이 돈만 보고 옮기기 보다는 방송이라 해서 주어진 모든 제약 조건을 떨치고 정말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콘텐츠 그 자체를 만들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MBC로선 뼈아프다.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능력 있는 PD 3명을 한꺼번에 잃은 셈이다. 당장 수익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문 PD가 연출했던 ‘어서와’는 2017년 7월 정규 편성된 이후 6개월 만에 1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고 지난 5월부턴 넷플릭스에도 방영되고 있다. 박 PD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리즈를 MBC 효자 프로그램으로 발돋움시켰다. MBC는 올해 상반기 445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해 비상경영에 돌입했으며, 11일부터 일주일 간 명예퇴직 희망자를 접수한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