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사고 예방책 등 담은 법안 본회의 통과
반대 ‘1표’에 그쳐… “다치는 아이 없길”
“민식아, 널 다시는 보지 못하는 그 아픔에서 엄마 아빠가 평생 헤어나올 수 없을 거야. 그래도 네 이름으로 된 법으로 다른 많은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하거나 그런 일을 막아줄 수 있을 거야. 하늘나라에 가서도 다른 아이들 지켜주는 우리 착한 민식이. 미안하고,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예방책을 담은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ㆍ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고(故) 김민식군의 부모는 기쁨과 안도, 안타까움이 뒤섞인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9세 민식군이 숨진 뒤, 가족들은 스쿨존 안전 강화를 요구하며 매일 고된 하루를 보내 왔다. 사고가 난 지역구 출신의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한 ‘민식이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야의 패스트트랙 법안 싸움에 가로막혀 국회 처리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나가지 않는 법안 논의 진도에 민식군 부모는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가진 ‘2019 국민과의 대화’에 1번 질문자로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민식이법을 비롯한 ‘아동 생명안전 법안’들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국회가 계속 공전해 법안 통과를 기약할 수 없었다. 법안 처리가 유력했던 지난달 29일 본회의가 자유한국당의 법안 무더기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의한 의사 진행 방해) 신청으로 무산되자, 민식군 부모는 또 한 번 눈물을 쏟았다.
10일 민식이법 통과 직후 민식군 아버지 김태양씨는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안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민식이 이름을 딴 법안을 발의했고, 앞으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국회의원들을 쫓아다녀야 했던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며 “어린이생명안전법 5개 중 민식이법과 하준이법만 오늘 통과됐는데, 해인이법, 태호ㆍ유찬이법, 한음이법 등 나머지 법안도 20대 국회에서 꼭 챙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민식법에 따르면, 스쿨존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스쿨존에 신호등, 과속방지턱, 속도제한·안전 표지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고, 스쿨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아동 생명안전 법안에는 ‘하준이법’도 있다. 2017년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굴러 내려 온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4세 하준이를 기억하며 부모들이 나서고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입법된 주차장법 일부 개정안이다. 지자체장이 주차장 안전 관리 실태조사에 적극 나서야 하며,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경우엔 미끄러짐 방지 시설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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