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3년간 법정공방ㆍ탐사보도로 ‘아프간전 진실’ 폭로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 카피사 지방에서 미군이 주변 지형을 살펴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숨겨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게다가 장밋빛 거짓 발표까지 일삼았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WP의 이번 보도는 아프간전에 직접 관여한 고위 당국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토대가 됐으며, 이는 3년여의 법정공방과 탐사보도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신문은 연방당국 차원에서 아프간전 평가를 위해 생산한 2,000여쪽 이상의 기밀문서도 확보했다면서, 이날 ‘미 당국자들이 아프간전에 대해 대중을 호도했다’는 제목으로 그동안 감춰져 있던 아프간전의 ‘진실’을 폭로했다.

기밀문서에는 아프간전에 직접 참여한 장군과 외교관, 구호단체활동가, 아프간 당국자 등 400여명에 대한 인터뷰가 담겨 있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꼽히는 아프간전과 관련, 이들은 한목소리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고백했다.

예컨대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소속 제프리 에거스는 “아프간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생각하면 오사마 빈라덴은 물속 무덤에서 아마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었음에도 이미 숨진 알카에다의 옛 지도자 빈라덴이 미소를 보일 만큼, 아프간전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밥 크롤리 육군 대령은 “모든 데이터가 가능한 한 최고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고쳐졌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제대로 아프간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설문조사가 왜곡된 방식으로 동원되기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프간전 고문 역할을 맡았던 더글러스 루트는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아프간전에서 발생한 미군의 희생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 의회 간 관료주의 탓일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교훈들(Lessons Learned)’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 연방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의 존 솝코는 “미국인들이 계속 속고 있었다는 걸 이 문서들은 보여 준다”고 WP에 시인했다.

이러한 기밀문서 확보를 위해 WP는 3년간의 법정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2016년 8월 해당 문서들을 요청했으나, SIGAR는 ‘대중이 봐야 할 내용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고, WP는 두 차례의 소송을 냈다. 결국 SIGAR는 428명의 인터뷰를 포함한 2,000쪽 이상의 문서를 제공했지만 인터뷰 대상 중 62명의 이름만 공개하고 366명의 이름은 삭제한 채로 줬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들을 내부고발자 또는 정보원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WP는 다른 이들의 이름도 공개해야 한다며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서 문서 대조를 통해 33명의 신원을 자체 파악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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