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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숨 막혀 죽겠다”던 도시, 어떻게 숨통 트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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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숨 막혀 죽겠다”던 도시, 어떻게 숨통 트였나

입력
2019.12.11 04:40
수정
2019.12.11 09: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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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맞서는 유럽 도시들] <하> 슈투트가르트ㆍ브뤼셀의 교통 정책

바람 길 내고 차량 통제해 숨통 트이자 “다음은 경유차 퇴출”

독일 남서부에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분지 형태여서 대기오염이 잦은 곳이었지만 차량 정체를 줄이고 대기흐름이 원활하도록 바람길을 만들어주는 등의 대책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슈투트가르트=고경석 기자
독일 남서부에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분지 형태여서 대기오염이 잦은 곳이었지만 차량 정체를 줄이고 대기흐름이 원활하도록 바람길을 만들어주는 등의 대책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슈투트가르트=고경석 기자

◇운행속도 제한 등 차량 통제… 미세먼지 농도 급감

2년 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주도인 슈투트가르트에선 시민 2명이 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일이 화제가 됐다. 대기오염 때문에 건강이 나빠져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고소 이유였다. 이들은 당시 현지 언론과 만나 “기존 대책만으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으니 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매체를 넘어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된 이 사건은 슈투트가르트의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여준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슈투트가르트는 독일에서 대기질이 좋지 않은 도시로 악명이 높았다. 유럽연합(EU)은 미세먼지(PM10) 일평균 농도가 50㎍/㎥를 넘는 날이 1년에 35일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도시는 2017년까지 이를 한 번도 지키지 못했다. 시내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네카토르역 지역은 2005년 미세먼지 농도가 50㎍/㎥를 넘은 날이 1년의 절반 이상인 187일이나 됐고 이듬해도 175일이었다.

슈투트가르트는 다임러 벤츠와 포르셰, 보슈 등 세계적인 자동차ㆍ전장부품 업체들의 본사가 있는 산업도시여서 교통량이 많은 데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탓에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웠다. 독일 내륙 평지의 평균 풍속인 초속 4m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느린 풍속도 한몫했다.

지난달 15일 만난 라이너 카프 슈투트가르트시 환경보호국장은 “우리 시의 미세먼지는 50% 이상이 교통 부문에서 생기는데 단순히 배출가스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차량 정체로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타이어 마찰로 노면에 쌓여 있던 먼지가 계속 날려 미세먼지가 줄어들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 당국이 찾은 해법은 차량 정체를 줄이기 위해 운행 속도를 제한하고 신호등 간격을 조정하는 것이었다. 2009년부터는 대형 화물트럭의 시내 진입도 막았다. 따로 떨어져 있는 도심 공원과 숲을 U(유)자 모양으로 연결하고 확장해 바람이 통하는 길도 만들었다. 이처럼 다양한 조치를 취한 결과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한 날은 2011년부터 100일 미만으로 줄었고, 이후 점차 감소해 2017년 41일까지 떨어진 뒤 지난해는 21일에 그쳤다. 카프 국장은 “다양한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고려한 다음 최적의 안을 마련한 결과”라고 말했다.

라이너 카프 슈투트가르트시 환경보호국장은 지난달 15일 슈투트가르트시 환경보호국 사무실에서 "유로4 기준 경유차 운행을 제한한 결과 미세먼지가 7~8% 줄어드는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고경석 기자
라이너 카프 슈투트가르트시 환경보호국장은 지난달 15일 슈투트가르트시 환경보호국 사무실에서 "유로4 기준 경유차 운행을 제한한 결과 미세먼지가 7~8% 줄어드는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고경석 기자

◇경유차 운행 제한으로 이산화질소 줄이기

미세먼지와 전쟁을 마친 슈투트가르트시는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을 발생하는 물질인 이산화질소(NO2)를 줄이기 위해 올 초부터 유로4 기준을 적용받은 경유차(2005년 이후 제작된 차로 우리나라 4등급 차량에 해당)의 시내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물론 그보다 오래된 경유차인 유로1~3 경유차도 포함됐다. 카프 국장은 “유로4 차량 운행 제한으로 약 7~8%의 대기오염물질 감축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슈투트가르트시는 유로5 경유차(2009년 이후 제작된 차로 우리나라에선 3등급에 해당)도 내년부터 통행을 제한할 방침이다. 카프 국장은 “큰 도로 위주로 다니지 못하도록 논의하고 있다”며 “이 같은 대책을 통해 이산화질소 문제도 2~3년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유차 운행 금지는 독일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올해부터 유로1~4 경유차의 시내 운행을 전면 금지했고, 베를린도 올해부터 일부 구간에서 유로1~5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도 뒤늦게 ‘경유차 퇴출’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인구 120만명이 사는 브뤼셀은 시민들의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반면 도로가 좁다 보니 차량 정체가 잦고 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도 높은 편이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시 정부는 2030년부터 경유차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2035년에는 휘발유차량도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험 삼아 만들어진 지 20년 이상 지난 차량인 유로1 기준 경유차 운행을 금지했다. 올해 유로2 경유차를 추가했고, 2025년까지 유로5 기준 경유차로 확대할 계획이다.

벨기에 브뤼셀시에는 자전거 도로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은 유럽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브뤼셀=고경석 기자
벨기에 브뤼셀시에는 자전거 도로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은 유럽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브뤼셀=고경석 기자

◇브뤼셀도 경유차 퇴출… 자전거 이용 늘리려 교통체계 개선

지난달 19일 만난 쥘리앙 베리 브뤼셀시 기후에너지 정책보좌관은 2030년까지 브뤼셀 지구 내 차량들의 주행거리를 지난해 대비 21% 줄일 계획이라며 “개인이 자기 차량을 사용할 필요성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차량 수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자전거와 대중교통 사용을 늘리는 것이다. 브뤼셀 시내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비교적 잘 마련돼 있는 편이지만 자전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인구는 전체의 6%에 불과하다. 실제로 시내를 둘러보니 자전거 도로가 지나치게 넓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베리 보좌관은 “대중교통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브뤼셀 정부 예산의 3분의 1이 배정돼 있는데, 보행자ㆍ자전거 전용 도로를 넓히고 건물 내 주차장들을 점차 축소해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의 수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 부문은 주택ㆍ사무실 등 건축 부문(60%)에 이어 브뤼셀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고 있다. 비중은 26% 수준이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교통 부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브뤼셀시는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더 빠르고 편하다고 모두가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예정이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곧바로 연결해 이용할 수 있도록 2030년까지 지하철과 기차역 등에 자전거 5만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베리 보좌관은 “목표를 이루려면 사회적ㆍ기술적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단지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존과 다르면서도 훨씬 나은 방향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환경 정책과 시민 참여 유도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독일과 벨기에 주요 도시의 사례를 2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이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 'KPF디플로마 환경저널리즘 교육과정'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슈투트가르트ㆍ브뤼셀=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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