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차기 원내사령탑 당선된 5선 의원
“우리 당이 잘 싸우고, 이 난국들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는 여러분들의 고심이 이렇게 모였습니다.”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9일 취임 일성입니다. 1980년대 대학생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경력을 지닌 5선 의원 심 원내대표는 이제 대여투쟁의 선봉에 섰습니다. 광주 출신이자 한 때 친이(친이명박)계로 불리는 등 당내 주류 세력과는 거리를 둬왔던 그가 원내 지휘권을 잡으면서 향후 정세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심 원내대표는 가난한 형편에도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했습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유시민과 함께 학생운동을 주도했고, 같은 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내란음모, 계엄법 위반 혐의로 5개월간 수감돼 고문을 받았다가 형 면제로 풀려났어요.
대학을 졸업하고는 잠시 영어교사로 교편을 잡았다가, 1년이 채 안 돼 MBC에 기자로 입사했죠. MBC에서도 1987년 노동조합을 설립해 초대 전임자를 지내는 등 야성을 잊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것은 1995년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신한국당 부대변인으로 나섰습니다. 2000년에 원내에 입성한 이후로는 내리 5선에 성공, 약 20년 동안 전략기획위원장과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굵직굵직한 당직을 맡아왔습니다. 또 이번 국회에선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죠.
심 원내대표는 다선 의원이 된 이후로도 무게를 잡고 한발 물러서기 보단 한국당의 공격수를 자처하면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아들의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해에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비공개 업무추진비 내역을 확보해 폭로했다가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운동권이 흔치 않은 보수정당에서 ‘비주류’의 길을 걸으며 오히려 더욱 선명한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평가도 있죠.
올해 9월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같은 5선인 이주영 의원과 함께 삭발 투쟁에 나섰죠. 그는 역대 보수정당의 최다선 원내대표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스스로 ‘싸워봤고,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던 그가 정부ㆍ여당과의 싸움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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