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중국이 세계 첫 ‘디지털 화폐’를 곧 선보일 전망이다. 기술을 선점해 대외적으로 달러에 밀리는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안으로는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카드다.

중국 경제지 차이징(財經)은 9일 “인민은행이 선전(深圳), 쑤저우(蘇州)에서 디지털 화폐를 시범 운영할 것”이라며 “이에 앞서 소규모 은행에서의 테스트는 이달 안에 시작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화폐 운영에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비롯한 중국 4대 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가 모두 참여한다.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연구를 본격화해 지난 8월 이미 시제품을 완성한 상태다.

차이징 보도에서 출시 시점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중국 투자전문매체 진룽지에(金融界)는 “프랑스 중앙은행이 내년 1분기에 디지털 화폐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이 행동에 나설 시점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디지털 화폐는 일반 지폐와 마찬가지로 법정 화폐다. 중앙은행이 발행해 상업은행을 거쳐 민간으로 흘러간다. 디지털 화폐가 증가하면 시중 통화량도 늘어난다. 다만 실물이 아닌 예금계좌로 돈을 주고 받는 형태다. 거래과정의 흔적이 남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와 통제가 용이하다. 인민은행은 “자금 유출을 막고 돈세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디지털 화폐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이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통화주권을 강조하는 각국 정부가 달가울 리 없다. 중국은 지난 10월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과 발전이 중요하다”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발언에 비트코인 가격이 40% 폭등하자, 황급히 “가상화폐 투기는 혁신이 아니다”라고 철저한 규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리브라는 디지털 화폐와 비트코인의 중간 영역에 있다. 가상화폐이면서도 미국 달러(45%)와 유로화(20%), 엔화(15%) 등 주요국 통화와 가치가 연동돼 있다. 하지만 위안화는 쏙 빠져 있어 자칫 중국의 외환관리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 미 정부조차 리브라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중국이 위기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에 중국은 디지털 화폐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한 국제 결제 비중을 보면 달러는 40%, 유로화는 34%인 반면 위안화는 1.95%에 불과하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굴욕적인 수준이다. 중국 매체들이 디지털 화폐 출시에 맞춰 ‘위안화 국제화’와 ‘통화 주권’을 강조하는 이유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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