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핵실험 끝난 풍계리 실익 없이 복구하지는 않을 것” 
 
8일 조선중앙통신은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힌 북한 국방과학원의 대변인 담화를 보도했다. 사진은 2017년 3월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당시 서해위성발사장. 연합뉴스

최근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7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중대한 시험’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 올린 북한의 향후 행보가 관심이다.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북한은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카드는 기존 북미 간 비핵화 합의였던 △동창리 발사장 폐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 중 일부를 무력화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북한은 9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내세워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재반박하는 차원이었지만, 향후 대미 압박을 위해 행동을 병행하겠다는 뜻도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북한의 다음 카드로는 우선 ICBM용 엔진 추가 시험이 예상된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8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로 발표된 ‘중대한 시험’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이 5월부터 13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뒤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 비교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주요 간부들이 참관한 가운데 엔진 시험을 한 차례 더 실시하고 내용을 공개해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카드도 유력하다. 엔진 시험보다는 도발 수위가 높으나, 실제 ICBM 발사보다는 대미 위협 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SLBM은 미사일을 쏘는 사출(射出)시험 단계가 ‘지상→수중 바지선→수중 잠수함’으로 나뉜다. 북한은 이미 10월 2일 수중 바지선에서 신형 SLBM ‘북극성-3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조만간 (3,000t급) 신형 잠수함에서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는 의견도 있다. 위성발사용발사체와 ICBM은 핵심 기술은 동일하고 로켓 위에 탑재된 것이 위성이냐 탄두냐 차이밖에 없다. 하지만 ICBM 발사보다는 미국의 반발이 제한적일 수 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때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선포한 ‘핵ㆍICBM 실험 유예’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며 “ICBM이나 인공위성을 직접 발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압박 수위는 크게 높아지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해 5월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복구를 한다 해도 실익이 없고, 국제여론도 불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대북 소식통은 “동창리 발사장은 내부 시설들이 ‘레고 블록’ 형태라 재가동에 어려움이 없지만, 풍계리는 다르다”며 “무엇보다 ICBM은 미완성이라 동창리 재가동이 필요하지만, 핵실험은 이미 끝난 단계라 풍계리를 복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7일 동창리 시험 사실도 대외매체에만 공개했고, 김영철 부위원장 발언 수위도 조절한 만큼 북한이 당분간 미국의 태도를 봐가며 밀고당기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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