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6개월간 유예 받은 재건축 사업장들이 ‘공사비 검증’이라는 새로운 복병에 발목 잡힐 처지에 놓였다. 일정 비율 이상 공사비가 늘어난 정비사업장은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검증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유예기한인 내년 4월 28일까지 일반분양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공사비 검증 변수가 최근 서울 집값을 끌어올리는 공급 부족 우려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해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기준을 마련, 지난달부터 의무적으로 공사비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기존 공사 계약금에서 5% 또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예정 공사비에서 10% 이상이 오른 정비사업장이 검증 대상이다. 또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에도 공사비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공사비 검증의 주체는 한국감정원 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이들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공사가격 인상이 적절한 지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공사비 검증 시행으로 당장 내년 4월 28일까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 받은 서울의 대형 재개발 사업장에 불똥이 튀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등을 마쳐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사비 검증이 의무화되면서 예정에 없던 2~3개월의 시간이 더 들어가게 돼서다.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기준. 그래픽=신동준 기자

법으로 정해진 검증 처리 기간은 △전체 또는 증액 공사비가 1,000억원 미만이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 △1,000억원 이상이면 75일 이내다. 부득이한 경우 10일 이내에서 1회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서류 준비와 검증 과정 등을 감안하면 최소 2~3개월이 필요해 사실상 유예기간 내 분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이전 ‘턱걸이’로 분양을 노렸던 서울의 대규모 정비사업장 상당수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만2,000여가구 규모로 ‘건국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은 사업비가 10% 이상 늘어 공사비 검증 의무 대상이다. 2016년 현대건설ㆍHDC현대산업개발ㆍ대우건설ㆍ롯데건설 컨소시엄과 2조6,780억원에 공사비를 계약했지만 최근 컨소시엄이 내민 공사비는 이보다 약 16%(4,307억원ㆍ상가 공사비 제외)나 늘었다. 당초 둔촌주공은 내년 초 일반 분양을 계획하고 있었다.

상가조합원 등과의 갈등으로 내년 4월 분양이 빠듯한 개포주공1단지(6,649가구)도 공사비 검증이 유력하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법이 정한 검증처리 기간은 최대치일뿐, 서류만 제대로 제출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비 검증 의무화 전인 올해 상반기 감정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부산의 한 정비사업장은 64억원 증액 공사비를 검증하는 데만 53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사비 검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처럼 간접적으로 분양가를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로 촉발됐는데, 재건축 단지들이 공사비 검증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지 못할 경우 공급 부족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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