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축하 난 전달하며 “내가 많이 부족” 고개 숙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9일 심재철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계실 때 더 잘하고, 더 대화를 원만히 이끌었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의 원내대표 당선 축하 난(蘭)을 전달하면서다. 강 수석은 “심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새로 선출되신 만큼, 지난 1년 동안 부족했던 것을 열심히 잘 메워서 대통령의 심부름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성인 강 수석이 야당 인사들을 만나 자세를 낮춘 건 이례적이다.
강 수석이 국회를 방문한 건 심 원내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선출된 지 약 4시간 만이었다. 그야말로 ‘초고속 예방’이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선거제 개혁 법안ㆍ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청와대의 다급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협치’에 인색했던 청와대가 앞으로 태도를 바꿀 것인지도 주목된다.
강 수석과 한국당의 관계는 껄끄러웠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부 정책 입법 관철 위해 국회, 그 중에서도 야당과 소통하는 자리다. 그러나 강 수석은 지난달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나 전 원내대표에게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등 논란을 불렀다.
강 수석의 ‘반성 메시지’는 이 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 약속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강 수석은 “심 원내대표님은 (광주제일고) 선배님이시다. 김 정책위의장님은 오랜 술친구이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낼 때 제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한 적이 있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야당과의 관계가 잘 풀어졌으면 좋겠다”며 “국민에게 보다 더 따듯하고 희망적인 소식을 많이 안겨 드려서 멋진 세월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화답했다.
약 10분간 이어진 비공개 접견 직후 강 수석은 취재진에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빨리 열어주십사 부탁을 드렸다”면서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처리 법정 시한(이달 2일)을 넘긴 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아쉬워한다는 말씀도 전했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정국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께서는 늘 ‘국회 합의가 우선이다, 합의하면 정부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해 오셨다”며 “심 원내대표 당선으로 국회 대화가 복원된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대통령도 같은 마음이시다”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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