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너무 안 나와 수중무인탐사기 투입도 무색
2명이 조작사가 샅샅이 뒤졌지만 뻘에 가려 못 봐
잠수사 수 십명 몫을 해내는 해군 보유 수중무인탐사기(ROV, Remote Operating Vehicl)를 투입하고도 제주 대성호 침몰지점에서 불과 44~50m 떨어져 있던 실종자 수습이 늦어진 데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9일 제주해양경찰청과 해군 등에 따르면 대성호 침몰사고 발생 20일째인 지난 8일 오후 3시40분쯤 수중탐색 중이던 해군 청해진함 수중무인탐사기가 대성호 선수(배의 앞부분)로 추정되는 물체로부터 44m와 50m 떨어진 지점에서 실종 선원 시신 2구를 발견했다. 수중무인탐사기가 수중수색에 투입된 지 9일만이었다.
해군의 첫 번째 잠수함 구조함인 청해진함(3,200톤급)이 보유한 수중무인탐사기는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정하는 잠수정이다. 선상에서 케이블로 연결해 함정 위에서 전문 조작사들이 스크린을 통해 수중작업을 진행한다. 이 장비는 무게 3.7톤, 길이 2.9m, 폭 1.7m 크기로 잠수 깊이는 3,000m에 이른다. 또 150마력의 로봇팔을 장착해 바닷속에서 기체 잔해나 부유물을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앞서 청해진함은 독도 헬기 추락 사고현장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다 지난달 27일 대성호 사고 발생 해역으로 이동했고, 이어 지난달 30일 처음 수중무인탐사기를 수색작업에 투입했다. 2명의 조작사가 번갈아 샅샅이 뒤졌지만 해당 해역의 바닥이 진흙과 모래로 이뤄져 수중시야가 20㎝에 불과, 수중 82m 지점에 침몰한 선체의 형태 정도만 확인했고 실종자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8일 시야가 1m 정도로 나아지면서 수색에 탄력을 받았고, 뻘에 묻혀 있던 실종선원들을 발견했다. 파도와 조류세기, 시야 등 자연환경이 도와주지 않으면 ROV도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수중무인탐사기는 로봇팔을 이용해 시신을 수습해 해상까지 끌어올렸다. 실종 선원 시신은 전날 오후 5시15분과 9일 오후 1시45분에 각각 인양해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고 당시 대성호에는 베트남 선원 6명과 한국인 6명 등 모두 12명이 타고 있었고, 사고 당일 김모(60)씨는 출동한 해경에 발견됐지만 숨졌다.
해군 관계자는 “앞으로 기상, 조류, 수중시야 등 수중상황과 수색여건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수중무인탐사기를 투입해 수색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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