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접어든 1908곳 혁신 학교
“기업ㆍ단체 수익사업으로 변질”
도의회 교육위, 200여억원 삭감
학교 대표들 “일방통행식 삭감”
20일 예결위서 최종결정 나올 듯
경기도의회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공을 들여온 ‘꿈의학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의회 해당 상임위는 사업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꿈의학교 대표들은 “일방통행식 예산 삭감”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9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도교육청 2020년도 예산 중 꿈의학교(148억4,000여만원)와 꿈의대학(67억원) 예산을 전액 삭감해 의결했다.
도의회 한 의원은 “5년차에 접어든 꿈의학교 사업에 대한 교육청 설명이 부족했고, 학생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닌 일부 마을기업과 단체의 수익사업 위주로 변질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재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예산 삭감 이유를 밝혔다. 관련 사업에 대한 경기도육청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산 삭감으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이자, 경기 31개 시군 1,908개 꿈의학교 대표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꿈의학교 대표들의 모임인 ‘경기도꿈의학교네트워크’는 성명을 내 “꿈의학교는 공교육을 넘어 혁신교육 정책과 더불어 경기교육감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도의회의 예산 삭감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간 열정과 헌신으로 노력해온 각 지역의 꿈의학교 운영 주체들과 학생, 학부모들은 현재 상황에 심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경기 꿈의학교가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경기도의회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결정이 감정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덕행 경기꿈의학교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도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기초해 무려 5년 간 추진한 사업이고, 일부 도의원도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통도 없이 하루아침에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조정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제 관심은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된 꿈의학교 사업예산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부활할지 여부다. 경기도의회 예결위는 해당 상임위에서 넘어온 관련 예산안을 20일까지 심의할 예정이다. 만약 예결위에서도 삭감된 예산안을 그대로 의결할 경우 내년도 꿈의학교 사업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반면 예결위에서 학생들의 피해 등 파장이 큰 만큼 삭감된 예산이 전액 또는 상당액이 부활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꿈의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공모를 통해 선정한 교육관련 단체와 지역공동체가 중고교생에게 예체능 교육 등을 지원해 주는 이재정 교육감의 대표 공약 사업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꿈의학교에 참여한 학생은 3만8,000여명이고, 신청한 학생은 5만2,000명에 달한다”며 “학생 참여가 많고, 만족도도 높은데다 마을교육의 한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에 관련 예산은 반드시 부활돼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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