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가’보다 싼 분유, 대량주문 받고 잠적
전국 맘카페에서 비슷한 사건 고발 잇따라
“분유 값 아껴보겠다고 애태우며 기다렸는데 사기라니…”
9일 전국 여러 지역의 맘카페와 중고 거래 사이트에 ‘김○○ 분유 사기 사건’이라는 제목의 고발 글이 우후죽순 퍼졌습니다. 자신을 분유ㆍ기저귀 등 육아용품 판매 대행업자라고 밝히고 회원들에게 주문을 받아 물건을 납품하던 김모씨가 최근 차일피일 배송을 미루다 돌연 ‘잠수’를 탔다는 겁니다.
김씨는 시중 판매가격보다 5,000~6,000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분유를 판매하면서 많이 살수록 할인 폭을 높였습니다. 그러다 이달 초부터 갑자기 주문자의 전화나 문자를 받지 않기 시작했고, 그의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로 바뀌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김씨는 성만 같은 다른 이름으로 활동했는데요, 피해자들은 이들을 ‘부부’로 지목하며 가족사기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씨로 인해 7만원 정도의 피해를 봤다는 한 주부는 이날 한국일보에 “10월에는 문제없이 분유를 받았고, 카카오톡 프로필에 가족사진까지 올려 놓은 터라 믿고 또 주문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며 “처음엔 착한 가격으로 신뢰를 쌓고 어느 정도 고객이 모이면 배송일을 미루다 잠적하는 사기가 맘카페에서 꾸준하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도 “본인도 아기 엄마라면서 늦더라도 꼭 보내주겠단 말을 믿었는데 우롱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렸어요.
지금까지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피해자들의 수만 300여명이 넘는다는데요. 피해 금액은 10만원대부터 1,000만원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법무법인 소울의 김소연 변호사는 법적 대응을 위해 피해사례들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중에 사기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분유사기’ 주의보가 내려진 이후에도 김씨는 다양한 아이디를 통해 같은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올해 2월에도 인터넷에서 ‘분유를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속여 5억원을 받아 챙긴 30대가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죠. 실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인만큼 300여명의 아기엄마를 울린 김씨도 각오 단단히 해야겠네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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