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 “평화 실현 굳은 결의 존경”… 김정숙 여사, 전날 U2공연 관람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록밴드 ‘U2’의 리더 겸 보컬이자 사회운동가인 보노(본명 폴 데이비드 휴슨)를 접견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남북 음악인들이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노의 인사에 문 대통령은 “평화의 길에 음악을 비롯한 문화ㆍ예술이 할 역할이 크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보노를 약 40분 간 접견했다. U2는 전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서울 공연을 위해 내한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공연을 관람한 부인 김정숙 여사의 말을 빌려 “아주 대단한 공연이었다고 한다. 한국 공연의 성공을 축하드린다”고 했다. 이어 “공연 도중 우리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는 메시지도 내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U2는 전날 공연에서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다” “평화로 향하는 길은 우리가 하나가 돼 노력할 때 찾을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U2가 동족 유혈 분쟁을 겪은 아일랜드 출신인 데다, 보노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보노의 지지를 당부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고 있다’는 식의 원론적 언급만 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화제로 올린 건 보노였다. 보노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의지를 거론하며 “평화가 몽상이 아니라,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굳은 결의를 갖고 임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보노는 특히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 질병 퇴치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잊지 않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고 화답했다. 보노가 이날 접견을 요청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그런 활동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노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특화된 국제 보건기구인 글로벌펀드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빈곤ㆍ질병 종식을 위한 기구인 ‘원’(One)을 공동설립한 공으로 2000년대 초 노벨평화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다.
보노는 199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서명이 담긴 개인 소장 시집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히니는 아일랜드의 신산한 정치 상황에 얽힌 투쟁과 갈등을 사실적이고도 섬세하게 표현한 시인이다.
보노는 전날 공연에 앞서 김정숙 여사와도 한반도 평화, 국제보건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김 여사는 “평화를 향해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꼭 이루리라 희망한다.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U2의 노래를 듣게 되었으면 하는 깊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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