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역 자체 표준시각 이르면 2023년 송출
미국 위성항법시스템(GPS)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표준시간 정보를 이르면 2023년부터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국민들에게 제공한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동일한 표준시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경기 여주시 능서면에 시험용 국가표준시보국을 세우고 11일 기념식과 함께 공식 전파 송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전파에는 표준연이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국가 표준시 정보가 실린다. 표준연은 내년 연말까지 여주시를 포함한 경기도 지역에 시험 송출을 한 뒤 이후 본 시보국을 별도로 구축해 한반도 전역으로 송출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시간 정보의 기준이 되는 국가 표준시는 표준연이 만든 세슘원자시계를 통해 생성된다. 세슘 원자가 919억2,632만1,770번 진동한 시간이 1초다. 표준연은 이렇게 생성된 정보를 세계 표준시와 비교해 보정한 다음 대전 표준연 내 표준주파수국을 통해 전파로 송출하거나 유선 인터넷 망을 거쳐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교통이나 금융, 방송통신 등 공공시설이 대부분 표준시를 GPS의 위성 신호를 받아 쓰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휴대폰과 노트북도 기지국이나 통신망을 통해 GPS 시간 정보를 받아 활용하고 있다. 기존 국내 표준주파수국이 시간 정보를 실어 보내는 전파는 파장이 짧은 단파라 실내나 음영 지역에선 수신이 어렵고, 인터넷 망으로 보내는 시간 정보는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준시를 보급하는 목적은 시각 동기화(同期化)다. 문자나 음성 등 정보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의 시각이 지연 없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동기화가 잘못되면 유무선 통신망은 물론, 금융과 전자상거래, 보안과 항법, 전력 시스템 등에 큰 차질이 생긴다. GPS는 의도적인 방해 전파가 존재할 경우 쉽게 취약해져 통신 불능, 금융거래 정지, 전력 블랙아웃 등 국가적 재난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국가표준시보국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표준시를 장파에 실어 송출하는 방식을 시험하는 것이다. 먼저 시험 기간 동안엔 132m 높이의 안테나로 송출해보고, 이후 설립할 본 시보국에선 250m 높이의 안테나를 세워 북한에까지 표준시 정보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안테나가 높을수록 전파 송출 가능 범위가 넓어진다.
유대혁 표준연 시간표준센터장은 “예정대로 2021~22년 본 시보국 구축이 완료되면 2023년 한반도 전체에 국가 표준시 정보가 송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표준시보국은 국가 기반 산업의 시각 동기화는 물론, 기상이나 재난 등 공익 정보를 함께 송출할 수 있는 인프라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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