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투(#MeToo)운동 기폭제 서지현 검사
U2 내한 공연에서 사진 비춰진 소감 SNS로 전해
“그대여, 내 길을 밝혀주오(Oh, come on, baby, baby, baby, light my way)”
록 밴드의 전설 U2가 지난 8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 여성들을 향해 부른 노래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의 주요 구절이다. 이 곡의 부제 ‘라이드 마이 웨이(Light my way)’와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U2는 이 곡을 부르며 ‘히스토리(History)’ 대신 ‘허스토리(Herstory)’라는 자막을 띄웠다. 또 곡이 나오는 도중 배경으로 서지현 검사 등 한국 여성 인물들의 사진이 걸렸다. 서지현 검사는 이날 내한 콘서트에서 본인 사진이 비친 것에 대해 “부끄럽기만 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서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친구들이 U2 내한공연에서 저를 봤다며 사진을 보내줬다. ‘Ultra Violet’ 노래를 부를 때 나온 영상이라더라”며 사진이 배경에 있는 콘서트 무대 사진을 공유했다.
이날 U2는 콘서트에서 여성 인권을 위한 노래인 울트라 바이올렛을 부르며 한국 여성 인사와 해외 여성 운동가들의 사진을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신여성을 대표하는 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 한국 최초의 여성 민간 비행사 박경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한국 인류무형문화유산 해녀, 범죄심리학자로 올해 BBC 선정 ‘세계여성 100인’에 든 이수정 경기대 교수, 대중에게 여성 인권을 강조한 가수 설리 등과 함께 서 검사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서 검사는 검찰 내 성추행 및 인사 보복을 폭로하며 한국 사회에 미투(#MeToo) 운동의 기폭제가 된 인물이다.
서 검사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 거의 모든 것을 단절한 채 지내는 제 모습에 비추니 부끄럽기만 하다”고 밝혔다. 그는 “회복을 위해 되도록 뉴스를 접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한 번씩 뉴스를 보면 여전한, 아니 점점 더 심해지는 현실에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커져 간다”며 “세상은 변해가는데 너무나 더딘, 아니 때론 뒷걸음질 치는 듯한 현실이 무겁고 또 무덥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 검사는 “조금만 더 쉬고 금방 씩씩하게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U2가 대형 스크린에 띄운 글귀를 말미에 인용했다.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글이다.
서 검사는 지난해 1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안태근(53ㆍ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신을 성추행했고 그가 이를 숨기기 위해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국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23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안 전 국장은 이에 항소했지만, 지난 7월 18일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