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가 평소 앓고 있던 병세가 악화되는데 영향을 미쳤다면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이길범 판사는 전 경찰공무원 A씨가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이 부당하다”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00년 근무 중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후 경찰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다가 2016년 말기신장병 진단을 받고 이듬해 말 정년퇴직을 했다.
퇴직 7개월 뒤 A씨는 “심장기능의 저하가 신장기능 저하로 이어졌고, 경찰 업무의 특성상 계속되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병세를 빠르게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며 장해급여 신청을 냈다. 장해급여는 퇴직연금 중 하나로, 업무로 얻은 병이 완치된 후에도 신체에 장해가 남은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다.
공단은 그러나 “체질적ㆍ유전적 요인 등으로 병이 자연 악화된 것”이라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A씨의 과중한 업무나 야간 교대근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신장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A씨의 또 다른 지병 중 고혈압도 신장병의 원인이 되는데 2008년엔 혈압이 정상수치로 나왔다”며 “이를 볼 때 오로지 개인 병력 때문에 병이 자연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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