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이용섭 광주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간공원 사업자, 왜 바뀌었나?’라는 제목의 팩트체크 글을 올렸다.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9개월째 이어지며 지역 화두로 떠오르자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과정 등을 4개 항목으로 정리한 것이다.
내용은 어떨까. 이름은 ‘팩트체크’지만 실제로는 ‘선택적 해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와 사뭇 다른 어조의 글을 남기거나 불리한 사항은 해명하지 않는 등 의혹의 실상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로 악화한 여론을 물타기 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우선 이 시장은 “일련의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과정은 법령과 원칙에 따라 우리시의 의사결정시스템에 의해 진행됐다”고 적었다. 시가 지난해 11월 9일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 심사 불공정 의혹이 불거지자 특정감사를 통해 점수 산정 오류를 밝혀내고 중앙공원 1지구(광주시도시공사→한양)와 2지구(금호산업→호반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꾼 걸 두고 제기되는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그러나 이 시장 주장은 검찰 수사 결과와는 결이 다르다. 광주지검 반부패수사부는 지난달 20일 직권을 남용해 광주시도시공사 임직원들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자진 반납하게 한 혐의로 이 사업 추진 당시 담당 국장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특정감사결과를 제안서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제안심사위원회를 여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일부 상정 안건들을 보고사항으로 변경하게 한데다, 누락한 안건에 대한 평가 점수도 멋대로 바꾼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와 정종제 행정부시장, 윤영렬 감사위원장이 공모한 것으로 봤다. 결국 이 시장 주장대로라면, 검찰은 법과 원칙을 따른 생사람을 범죄자로 몰아간 셈이다.
이 시장의 미지근한 설명도 도마에 올랐다. 이 시장은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이후 언론, 경찰, 시민 등으로부터 결정에 문제가 많다는 불공정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며 “항간의 의혹이 근거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독립기관인 감사위원회에서 사실 여부를 점검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항간의 의혹이 어떤 내용인지, 의혹을 제기한 언론은 어느 언론사인지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특히 이 시장은 자신이 직접 정 부시장과 윤 감사위원장에게 의혹 해소를 위해 문제점을 점검하도록 지시해 놓고도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감사위원회가 사실 여부를 점검했다고만 썼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이 자신은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이런 내용을 뺀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 시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수사로 진실이 하루 빨리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썼다. 자칫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 시장이 또다시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있다. 이 시장은 앞서 지난달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 수사의 장기화로 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발언으로 검찰을 자극했다. 당시 “왜 시장이 언론플레이를 하냐”고 발끈했던 검찰은 그로부터 1주일 뒤 이 시장의 측근인 김모 광주시 정무특별보좌관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어 지난달 22일과 이달 4일에도 한양과 호반건설까지 각각 압수수색하면서 이 시장을 압박했다.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이 시장의 발언이 화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11일 A씨의 첫 재판을 앞두고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과정은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이 시장 주장에 대해 검찰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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