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연이틀 보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도발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다시 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북한으로서 실수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그들(북한)이 핵실험을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이 약속했던 것과 다른 길을 간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 재개를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가상의 시나리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만약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이길 준비가 돼있다”며 “우리는 지금 당장도 고도의 준비 상태”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는 항상 열려있다”며 “우리는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방송에서 북한의 ‘중대한 실험’에 대한 질문이나 언급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에스퍼 장관의 인터뷰는 사전에 녹화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어제(7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폐쇄 절차를 밟고 있던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실험은 북한이 그간의 북미, 남북 간 약속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서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면서 “그가 적대적으로 행동할 경우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적었다. 전날인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국) 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말한 것보다 경고 수위가 한층 세진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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