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웹툰을 읽어왔습니다. 웹툰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죠.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웹툰 작가들의 이름을 얘기할 정도로 웹툰 작가님들은 저에게 아이돌이기도 해요. 최근 태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는 태국 작가들이 늘어나 뿌듯합니다.”
지난달 30일 네이버가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에서 개최한 웹툰 퀴즈쇼 ‘게임 오브 툰스’ 최종 우승자는 올해 14세에 불과한 ‘미래의 웹툰 작가’ 빠린다 인싸뚠양이었다. 인싸뚠양을 비롯한 3,000여명의 웹툰 팬들이 몰린 이날 행사 현장의 열기는 K팝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온라인 예선전에만 41만건의 참가 신청이 접수됐다”며 “현장에서 진행된 박태준, 야옹이 등 국내 웹툰 작가들의 사인회에는 연예인을 맞이하는 것 같은 엄청난 호응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국내에서 시작된 인터넷 만화 ‘웹툰’이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화면을 감상하는 형태의 웹툰은 2000년대 초반 온라인 환경에서 시작, 모바일 대중화 시대에 접어든 2010년대부터 급성장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디지털 만화 시장은 13억4,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계 웹툰 열풍의 진원지는 네이버웹툰. 국내외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올해 전세계 월간 순 방문자 수(MAU)에서 6,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총 인구 수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네이버웹툰 앱에 접속한 셈이다. 현재 ‘만화 종주국’ 일본과 미국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구글플레이 만화 분야 매출 기준 1위에 올라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는 상당하다. 실제 네이버웹툰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각각 1,680만명과 2,77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국에선 가입자의 75%가 24세 이하를 의미하는 ‘Z세대’”라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은 10여년간 국내에서 축적한 서비스 노하우를 다른 국가의 정서와 접목시켜 새로운 생태계로 연출되고 있다. 국내에서 아마추어 작가들의 공간으로 서비스 중인 ‘도전만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게임 오브 툰스’에 참석한 타이탄 림(14)군은 “아이들이 만화가라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하면 어른들은 반대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네이버웹툰에 게시해 능력을 미리 증명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타완랏 참싸(22)씨도 “웹툰이 있기 전에는 작품을 연재하기 위해 잡지 등에 작품을 기고해야 하는데, 기회가 매우 적었다”며 “네이버웹툰 덕분에 태국인 작가들에게도 만화를 그릴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고 전했다.
높아진 대중성 덕분에 웹툰작가들의 수익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국내 작가의 해외 수익은 월간 1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네이버웹툰 현지 작가인 ‘센(Shen)’이나 ‘몽지(Mongie)’는 미국 상위 1% 수준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창작자들이 자국 언어로 창작을 하고 나면 네이버웹툰 플랫폼이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전세계에 작품을 공개하기도 한다”며 “점점 많은 해외 창작자들이 웹툰 창작에 뛰어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