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가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서울 공연으로, 밴드 결성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내한 공연이다. 연합뉴스

43년을 기다렸던, 목 놓아 불렀던 그 이름, 살아있는 전설, U2 내한공연의 막이 올랐다.

8일 오후 7시,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록 밴드 U2의 월드 투어 ‘더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공연이 열렸다. 1976년 결성한 그룹의 첫 내한 무대다. 내한공연이 자꾸만 불발되다 보니 그간 U2는 ‘한국에서 공연하지 않을 밴드’ 중 하나로 꼽혔다.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팬 2만8,000여명은 매 곡마다 박수와 ‘떼창’을 보냈다.

U2는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밴드다. 모던 록 음악의 시작을 알렸으며,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1980년 발매한 첫 앨범 ‘보이(Boy)’에서 시작해 2017년 14집 ‘송스 오브 익스피어리언스(Songs of Experience)’를 내놨다. 그 동안 U2가 받은 미국 그래미상만 22개에 달한다. 특히 2000년에 발표한 정규 10집 ‘올 댓 유 캔트 리브 비하인드(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로 2년 연속 그래미상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예술성 못지않게 상업적 성공도 도드라졌다. 미국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앨범 8개를 1위에 올렸다. 앨범 판매고만 해도 모두 1억 8,000만장이 넘는다. 열혈 팬들 덕에 공연도 늘 성황이다. 2017년 ‘더 조슈아 트리 투어’로 270만명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여 총 3억1,600만달러(약 3,759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6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U2는 올해 ‘더 조슈아 트리 투어’ 등으로 총 3,700만달러(약 44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가수들 가운데 39번째로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

U2가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서울 공연으로, 밴드 결성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내한 공연이다. 연합뉴스

U2는 1980년대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다. 댄스 음악 열풍에 록 음악도 가벼워지는 등 상업적 풍토가 만연했을 당시, 인권과 평화를 부르짖었다. 록 음악이 지닌 저항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대중들은 그 점에 열광했다. 정규 5집이자 월드 투어와 동명인 ‘더 조슈아 트리’(1987)는 그 정점에 있는 앨범이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더 조슈아 트리’는 U2라는 존재를 세계적으로 급상승시킨 앨범”이라며 “1980년대 이후 록 음악의 역동성과 예술성, 사회성을 함께 갖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의 중심 또한 ‘더 조슈아 트리’였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번 공연에서 U2는 2부에서 5집 앨범 수록곡 11개를 모두 불렀다.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추모곡이자 1부 마지막 곡인 ‘프라이드’(1984)가 끝난 뒤 킹 목사의 연설과 함께 꿈과 믿음, 평등, 약속 등의 단어를 가로 61m, 세로 14m 규모의 대형 스크린에 선보이면서 2부가 시작됐다. 통일과 평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 등을 담은 화면 연출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무대 자체도 아예 조슈아 나무의 그림자 형태로 돌출해서 만들었다. 공연을 위해 화물 전세기 3대 분량의 장비가 공수됐다. 이날 U2는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를 시작으로 마지막 앙코르 ‘원’까지 총 24곡을 불렀다.

U2는 사회적 메시지로도 유명하다. 보컬을 맡은 보노는 오랫동안 제3세계 빈곤ㆍ질병 퇴치운동을 벌여왔다. 2004년에는 아예 민간단체 ‘원(ONE)’을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노벨상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된다. 더구나 U2 멤버들의 모국인 아일랜드는 한국처럼 분단 상태다. 공연을 준비한 남태정 MBC PD는 “U2 공연은 규모와 기술력뿐 아니라 세계를 향한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노는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공연마다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온 U2는 이날 한반도 평화 메시지와 함께 한국의 여성 인권을 응원하는 무대도 꾸몄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해외 여성운동가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가수 설리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진구 기자

이날 무대에서도 U2는 한국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성 인권에 대해 노래한 ‘울트라 바이올렛’ 무대에선 대형 스크린에 항일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이태영 변호사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설리, 서지현 검사 등이 해외 여성 운동가들과 함께 흘러나왔다. 보노는 마지막 곡 ‘원’을 부르기 전 조국 아일랜드와 한국의 남북 분단 상황을 언급하며 “영어에서 가장 강력한 단어는 ‘타협(compromise)’이다”며 “북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U2 내한공연이 그간 성사되지 못한 것은 수익성 문제도 컸다. 명성에 비해 한국 내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탓이다. 2009년 추진된 임진각 공연도 그래서 좌초됐다. 43년만에 이뤄졌다는 이번 U2 내한 공연 또한 매진되지 않았다. 김상화 대중음악평론가는 “U2의 전성기는 1980년대말, 1990년대 초반인데 한국에서 모던 록이 주목받은 건 1995년 이후였다”며 “이런 음악 흐름의 차이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U2가 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서울 공연으로, 밴드 결성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내한 공연이다. 연합뉴스

그래서인지 이날 공연장을 찾은 이들도 중ㆍ장년층이 많았다.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공식 굿즈(상품)샵에서 판매하는 일부 티셔츠 사이즈가 매진되는 등 아이돌 그룹 팬 못지 않은 열기였다. 30년 넘게 U2의 음악을 듣고 있다는 고민수(57)씨는 “U2와 동시대를 살며 내한 공연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와서 다행이고, 언젠간 한 번 더 한국에서 볼 수 있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U2는 한국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드러머 래리 멀렌 주니어는 “한국 사람들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것 같다”며 “서울에 드디어 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기타리스트 디 에지와 베이시스트 아담 클레이톤은 “한국에 꼭 다시 오겠다”고 외쳐 큰 환호를 받았다. 보컬 보노는 공연에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한국 대박이에요”라고 인사를 전하며, “여러분들의 나라에 대해 노래하자”며 “전세계가 한국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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