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 제정에 대한 보복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 군함의 홍콩 입항 금지와 미 인권단체 제재 방침에 이어 미국 경제인들의 마카오 입경을 거부하고 억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무역전쟁이 외교ㆍ군사분야 대립으로 번진 미중 갈등이 홍콩인권법을 매개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로버트 그리브스 회장과 타라 조지프 사장 등 주홍콩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단은 전날 오후 마카오에 들어가려다 입경 금지 통보를 받고 두 시간 가량 억류됐다. 홍콩 암참은 성명을 내고 “회장단이 마카오 암참이 주최하는 연례 무도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입경이 제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입국하지 않기로 했다’는 진술서에 서명하고 나서야 홍콩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성명은 “입경 거부는 단순히 현재 문제(홍콩 시위 사태)를 대하는 과장 행동일 뿐 국제 비즈니스는 건설적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인권법과 미 하원이 의결한 ‘신장(新疆)위구르인권법안(위구르법)’을 놓고 중국 정부가 예고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두 법안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한 뒤 미 비정부기구(NGO) 5곳을 제재하고, 홍콩ㆍ마카오의 미 외교관들을 추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당분간 미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대응책도 내놨다. 이번 암참 관계자들에 대한 조치는 향후 제재 수위가 미국 정부 관료나 NGO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 및 경제인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콩 암참은 앞서 홍콩 사태를 촉발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조치가 올해 본토 반환 20주년을 맞은 마카오에서 홍콩 시위와 같은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지난 3일 한 좌담회에서 홍콩 사태를 겨냥해 “마카오 특별행정구 정부는 사회 각계 인사와 함께 전면적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방침을 관철했다”며 마카오를 성공 사례로 강조한 바 있다. SCMP는 “이달 마카오 반환 20주년 행사를 앞두고 당국이 입국 목적에 관계 없이 과거 송환법에 반대한 ‘환영받지 못한 인사’들의 방문을 차단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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