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도심의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6일(현지시간)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시민과 경찰 20여명이 숨졌다. 의회 최다 계파 수장의 자택을 노린 폭격도 일어났다. 두 달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지난 1일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가 사임했지만 정정 불안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슬람 휴일인 전날 오후 8시쯤 반정부 시위대의 구심점 격인 바그다드 도심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 트럭을 타고 나타난 무장괴한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전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최소 13명이 괴한의 흉기 공격으로 부상당한 지 하루만이다. 지난 2개월간 지속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군과 경찰 이외의 세력이 실탄을 발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후와 동기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무장괴한들은 트럭을 탄 채 반정부 시위대의 주요 집결지인 바그다드의 킬라니 광장, 시나크 다리 등을 질주하며 총을 난사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시민들은 인근 타흐리르 광장과 모스크 등으로 대피했다. 괴한들은 시위대가 머물던 건물도 급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국영방송은 “신원 미상의 괴한들에 의해 건물이 불탔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라크 보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20명이 숨졌고 13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사망자 다수는 의회의 최대 계파 ‘사이룬’을 이끄는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민병대 조직인 ‘사라야 알살렘(평화여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평화여단은 최근 시위대를 겨냥한 테러에서 시민들을 보호해왔다. 지난 10월부터 민생고 가중과 정부의 부패ㆍ무능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최소 450명이 숨졌고 2만여명이 부상당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바르함 살레 이라크 대통령은 연이은 테러와 관련, “범죄자의 신원을 밝혀내 정의의 심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테러가 반정부 시위대뿐 아니라 경찰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전모 파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차별 테러에는 무인 항공기(드론)도 동원됐다. 알사드르 측 대변인인 살라 알오베이디는 “알사드르의 자택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면서 “이는 내전을 촉발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알사드르는 이란을 방문 중이어서 드론 폭격을 피했지만 자택 건물 외부가 일부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돈 알키나니 이라크 연구원은 “알사드르에 대한 공격은 시아파 지도자가 시위의 ‘영적 지도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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