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실물 경제를 두고 9개월 연속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심리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KDI는 8일 공개한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수출과 투자가 위축되는 등 실물 경기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가 우리 경제에 대해 ‘부진’으로 평가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9개월째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우리 경기 상황을 ‘둔화’로 평가한 바 있다.
KDI가 우리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수출, 생산, 투자 등 실물 경제의 여러 분야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생산 측면에선 지난 10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2.5%)하고 서비스업 생산은 소폭 증가(+0.7%)에 그치면서 전체 산업생산은 0.5% 위축됐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2%로 9월(75.5%) 대비 뒷걸음질쳤고, 제조업 출하도 -3.5%로 9월(-1.2%)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이 영향으로 제조업 재고율은 9월(113.4%)보다 높은 115.8%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10월 들어 전년 대비 4.8% 감소해 낙폭이 9월(-3.4%)보다 커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도 10월 4.3% 감소했다.
투자ㆍ생산 부진의 주요인인 수출은 11월에도 14.3% 줄어들었다. KDI는 “대외 수요 부진에 따라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생산이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광공업 생산이 감소하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하락했으며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나 소비자들의 심리 지수는 다소 개선됐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99.4를 기록, 9월(99.5)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이번 순환기의 최저점이었던 3~4월(99.2)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7을 기록, 8월(98.3) 바닥을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8월 92.5로 바닥을 친 뒤 3개월 연속 개선되며 11월(100.9)에는 장기평균치(100)를 소폭 웃돌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월과 11월 각각 73.0을 기록하며 지난 8월(70.0), 9월(71.0)에 비해 상승하는 모양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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