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지만, 때로 영화는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고 끄집어 내기도 한다. 허구인 줄 알았던 영화 속 사건들이 현실을 환기할 때, 공감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야기로 스크린 안팎 경계를 허무는 영화들이 최근 극장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출연한 영화로 화제를 모은 ‘나를 찾아줘’도 그 중 하나다. 실종된 어린 아들을 찾아나선 엄마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극 전개는 스릴러 장르 문법을 따르지만, 설정은 대단히 사실적이다. 제보를 가장한 장난 전화, 수용 인원을 늘려 국가 지원금을 더 많이 타내려고 실종 아동의 신분을 감추는 복지시설,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고 국가 지원은 그보다 더 부족한 실종자 찾기 시스템 같은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이 끊임없이 영화의 뒷배경으로 작동하며 공분을 자아낸다.
더구나 제보 전화를 받고 이르게 되는 외딴 바닷가 낚시터에서는, 낚시터 사장 일가가 어린 아이들과 범죄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다.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을 비롯, 수시로 터져 나오는 아동 학대 사건 등이 떠오른다. 김승우 감독은 “11년 전 쓴 시나리오라 구체적인 사건에서 영향을 받진 않았다”면서도 “잘못된 현실을 깨닫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 7일까지 61만명을 불러 모았다.
1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속물들’은 미술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속물근성을 꼬집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선우정은 타인의 작품을 베끼고도 표절이 아닌 ‘차용 미술’이라고 주장하며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킨 신진 작가다.
미술기자인 남자친구를 두고도 성공을 위해 미술관 큐레이터인 다른 남자와 애정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그 큐레이터가 해고되고 남자친구가 신임 큐레이터로 부임하면서 선우정을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절묘한 아이러니에 수시로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2007년 신정아 사건과 대기업 일가의 미술품 탈세ㆍ횡령 사건 등을 참고해 쓴 시나리오라고 한다. 금수저가 장악한 미술계 풍토와 직원 임금을 체불한 저명한 예술감독 등 미술계의 이면을 짚어낸 사실적인 묘사도 돋보인다.
신아가 감독은 “수년 전 미술 작가인 지인에게서 들었던 미술계 내부의 속물적인 인간 군상과 몇몇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얻어 쓴 이야기를 좀 더 우화적으로 풀어내려 했다”며 “과연 우리 자신에게는 그런 속물적인 모습이 없는지 한 번쯤 돌아보자는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를 두고도 뒷얘기가 나온다. 엘사와 안나 자매가 마법의 숲에서 만난 ‘노덜드란’ 사람들은, 북유럽 전설 코드가 상당히 들어간 영화답게 노르웨이의 극지방 소수 유목민족인 ‘사미’족 사람들을 참고로 했다.
아렌델 왕국이 노덜드란에 건설한 댐은 폭력과 대립의 산물로 그려지는데, 실제로 1980년대 노르웨이 정부의 알타댐 건설 강행과 이에 맞선 사미인들의 투쟁을 연상시킨다.
이 대목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상 작용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방한한 ‘겨울왕국2’ 제작진과 대담을 진행한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겨울왕국2’ 속 댐 장면을 보면서 4대강이 생각나더라. 한국에도 4대강 때문에 댐이 많다. 녹조가 엄청나다”며 깊은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