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소유자가 불분명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방치된 토지에 한해 원칙적으로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재산세를 사용자에게 과세하는 지방세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소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된 토지나 토지에 지어진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공평성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사를 실시해도 소유자를 특정할 수 없는 토지에 적용된다. 과세 대상은 등기상 소유자가 사망한 주택에 살고 있는 임차인이나 소유자 사망 후 상속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친족 등을 상정하고 있다. 해당 토지에서 영업하는 점포 운영자도 포함된다.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내년도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지방세법에는 재해 등의 이유로 토지 소유자가 불분명한 경우 사용자에게 과세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를 재검토하는 배경에는 이른바 ‘소유자 불명 토지’의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상속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자산가치가 낮은 토지의 경우에는 상속인이 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령인 부모가 토지를 남겨 주더라도 도시에서 생활하는 상속인들은 “토지를 관리하기 어렵다”거나 “세금이 부담된다”는 등의 이유로 명의 변경을 하지 않는다. 등기 비용이 자산가치보다 많다 보니 명의 변경을 하지 않은 채 토지를 방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 일본의 소유자 불명 토지는 규슈(九州)섬 면적(4만2,163㎢)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방치할 경우 2040년에는 홋카이도(北海道)의 면적(7만8,515㎢)과 맞먹는 규모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에 일본 정부는 토지 상속 시 일정 기간 내 등기할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외에 소유권 포기를 인정해 국가에 귀속시키는 방향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이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그늘을 보여주는 사례다. 재해 등으로 방치된 임야의 나무들이 쓰러져 주변 전선을 늘어뜨리거나 전신주를 넘어뜨려 정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50년 이상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토지 개발이나 정비에 앞서 동의를 받기 위해 소유자를 찾는 데에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849만호에 이르는 일본의 빈집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구 감소와 도시 집중으로 사람이 살지 않아 붕괴나 화재 등의 위험을 안고 있는 빈집이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특별조치법을 마련해 소유자가 불분명한 빈집의 경우 지자체가 안전 등을 이유로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빈집 철거는 2015년 9건에서 2016년 37건, 2017년 52건, 2018년 6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회수하지 못한 철거 비용이 지자체 재정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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