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조치를 한국 압박카드로 계속 쥐겠다는 뜻
일본이 6일 수출관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조건부로 연기한 뒤 처음 열리는 공식협상을 앞두고 수출규제 문제는 의제가 아니라고 연일 발뺌한 것이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對韓) 수출규제 수정 문제를 (의제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특히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규제 문제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지야마 장관은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라는 한국 측 요구에 대해서도 “한국으로부터의 주장이나 요망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출 관리는) 우리나라(일본)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한 양국의 수출 관리 제도, 운용에 관한 의견 교환을 예정하고 있지만 (지금 있는) 현안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지소미아의 조건부 종료 연기를 결정하면서 일본과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통상당국 간 국장급 대화 개최에 합의했다. 그런데 일본은 협상이 다가오자 연일 “수출규제 문제는 일본이 결정할 일”이라며 거듭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위안부 문제 등을 두고 한일 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라 수출규제를 압박카드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가지야마 장관은 전날에도 우리 측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한국 측의 관리체제가 개선되면 가능성이 있지만 언제까지 수정한다는 기한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류와 달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본과 준비회의를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수출규제 조치 등의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정성 있는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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