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작성 절차를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권 남용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도 “지금 당장 상원에 넘기자”며 최종 부결을 자신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슬프지만 확신과 겸손에 찬 마음으로 상임위원장들에게 탄핵소추안 작성 진행을 요청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탄핵심리에 회부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을 심각하게 위반해 탄핵 소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해외 군사원조와 정상회담을 보류하는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건국정신은 물론 헌법 수호에 앞장서겠다는 대통령 취임선서도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법사위는 오는 9일 두 번째 청문회를 열고 탄핵사유 증거를 청취한 뒤 탄핵안 작성을 서두를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하원 본회의 표결을 마친다는 계산인데, 민주당이 하원 구성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점쳐진다. 이후에는 상원 주도로 탄핵 절차가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급진좌파 민주당이 이유 없이 나를 탄핵하겠다고 한다”면서 “제한적으로만 사용되던 탄핵소추권이 미래의 대통령들을 공격하는 데 남발될 것이란 의미”라고 반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냐’는 질문에 “나를 자극하지 말라”고 발끈한 펠로시 의장에 대해 “방금 신경발작을 일으켰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임을 들어 자신의 최종 승리를 장담했다. 그는 트윗글에서 “나를 탄핵하고자 한다면 상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본연의 업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 당장 빨리 하자”고도 주장했다.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의 표출이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그간 백악관에서는 증인 출석과 증거 제출을 거부하는 ‘무대응’ 전략으로 하원 조사의 불법성과 정파성을 부각해왔지만 상원의 탄핵심판이 개시되고 나면 적극적인 수비태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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