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건물 매입 논란'으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3월 전격 사퇴했다. 김 전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단 대화방에 메시지를 올리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갑작스런 사퇴에 빌미를 제공했던 서울 흑석동 상가주택 건물을 최근 34억5,000만원에 매각하고, 이에 따라 약 8억8,000만원의 차액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뛰어난 부동산 재테크 과정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은행대출 10억원 등 동원해 25억 건물 매입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등기부등본 상으로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2일 서울 흑석뉴타운 9구역에 위치한 대지 272㎡ 지상 2층짜리 상가주택을 25억7,000만원(취득세 2억원 제외)에 매입했다. 계약 체결 후 통상 60일 안에 거래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법 규정을 감안하면 그는 작년 5월 초에서 7월 초 사이에 이 상가주택을 계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당시 김 전 대변인은 기존에 갖고 있던 주택 전세금 4억8,000만원에 사인간 채무와 은행대출 10억원 등을 끌어 모아 이 건물을 샀다. 그가 지난 5일 건물을 매각한 금액은 34억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1년 5개월만에 총 8억8,000만원, 취득세를 제외할 경우 6억8,000만원의 차액이 발생한 셈이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평균적인 근로자의 수십년치 연봉과 맞먹는 수익을 낸 것은 운과 정부정책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흑석뉴타운 9구역은 2017년 11월 30일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지난해 5월 초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재개발 사업장인 덕에 2018년 3월 시행된 초과이익 환수제도 적용 받지 않아 김 전 대변인이 건물을 사기 이전부터 이미 시장에서는 ‘알짜배기’로 여겨졌다. 그가 높은 대출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결정한 데는 그만큼 재개발에 따른 기대 차익이 더 클 것으로 봤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 김 전 대변인이 건물을 매입한 작년 7월 이후 정부가 9ㆍ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까지 서울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끓으면서 흑석동 역시 상승세를 탔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동작구 땅값은 매달 전월 대비 0.6~0.7%씩, 주택 가격은 0.6~1%씩 꾸준하게 올랐다.

 ◇절묘한 투자 시기 

투자 시기도 절묘했다. 지난해 보수시민단체는 “김 전 대변인이 건물 매입 과정에서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는데, 김 전 대변인이 건물을 매입한 뒤 서울시에서 ‘용산ㆍ여의도 재개발 마스터 플랜’을 공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작년 7월 발표된 마스터 플랜으로 동작구 일대 집값이 급격히 오르자 정부는 8월 말 동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지난해 7~9월 석 달 간 동작구 아파트 매매가는 4.52%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서울 평균(3.0%)보다 1.5배 높은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지난 3월 28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소유의 부동산 앞에서 투기 의혹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정부가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 환수제 등 재건축 아파트 규제에 화력을 집중한 탓에 상대적으로 재개발이 ‘매력적인 매물’로 여겨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 전 대변인은 전반적인 시장 상승 분위기는 타면서 규제는 강화되기 전인 매물을 사들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대변인은 올 초 “지난해 7월과 8월, 즉 9ㆍ13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 서울 시내 주택가격이 최고점이었고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해명했다.

흑석뉴타운 9구역은 올해 10월에는 사실상 정비사업의 마지막 단계로 꼽히는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으면서 2008년 정비구역에 지정된 지 11년만에 사업의 9부 능선을 넘기도 했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유력한 적용 지역으로 꼽혔지만 이마저도 피하면서 최근에는 인기가 더욱 치솟는 분위기다. 인근 7구역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아크로리버하임(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실거래가 18억원을 기록해 호가 기준 20억원을 넘보고 있다.

그러나 매도에 따른 차익 8억8,000만원이 모두 김 전 대변인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유 기간 2년을 넘기지 못해 내야 할 양도소득세가 차익의 45%에 달하고, 중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김 전 대변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4억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한편 김 전 대변인은 매각으로 얻은 차액을 전액 기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 정책에 제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겠기에 매각을 결심했다”며 “매각 후 남은 차액은 전액 기부한 뒤 그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