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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슨 하버드대 교수 “범죄 줄이려면 이웃 간 유대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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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슨 하버드대 교수 “범죄 줄이려면 이웃 간 유대 강화해야”

입력
2019.12.06 20:00
수정
2019.12.06 22: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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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연구원 학술회의 참석

로버트 J. 샘슨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가 지난 5일 ‘집합효율성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로버트 J. 샘슨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가 지난 5일 ‘집합효율성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나날이 늘어가는 지역사회 범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개원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J. 샘슨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웃 간의 유대 강화’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만난 샘슨 교수는 범죄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개개인의 문제에 집중했던 이전 연구들과는 달리 공동체의 영향력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웃간 비공식적 유대가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객체로서 깊은 연관을 갖고 존재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창시한 ‘집합효율성(collective efficacy) 이론’의 핵심이다.

샘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진주 방화살인사건’이나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묻지마 범죄’도 집합효율성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상 대다수의 범죄는 동기가 명확하지 않으며, 기회주의적이고 낮은 사회통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사회통제를 약화시키는 최근의 사례로는 세대 간 양극화를 들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중장년층이 부와 일자리 등 혜택을 독식했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세대 간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것이 세대 간의 분노를 자극하고 사회유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샘슨 교수는 “사회적 구조에서 생기는 개인들의 분노는 범죄예방이나 안전한 사회란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거나 헌신하고 싶지 않게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며 “이것이 극단적 범죄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J. 샘슨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가 이웃 간 유대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로버트 J. 샘슨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가 이웃 간 유대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반면 이민자나 이주노동자들을 향한 혐오는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상식과 도덕적 관념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굳은 편견이 이들을 사회 밖으로 내몰고 유대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샘슨 교수는 “미국에서도 빈곤층 흑인 청소년이나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마약이나 알코올 오남용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연구결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도리어 이들이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많고, 결과적으로 미국 범죄율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선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가 특정 계층 사람들의 극단적인 사건만 부각시켜 해당 공동체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샘슨 교수는 범죄 감소를 위해 지역 내 빈곤율 감소를 위한 노력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특정지역에 집중된 공공임대주택 분산과 혼합 등의 주택전략을 강조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이와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도 빈곤해소는커녕 임대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도드라지고 있다. 샘슨 교수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에서 같은 빌딩에 사는 사람들이 임대주택 가구와 아닌 가구의 출입구를 분리하는 일이 발생해 법적으로 제재를 받았다”며 “최근 인종차별 기반 범죄보다 소득수준으로 차별하는 범죄가 더욱 많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J. 샘슨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가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이론인 '집합효율성'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로버트 J. 샘슨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가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이론인 '집합효율성'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그는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 집합효율성 이론 또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집합효율성 이론은 여러 사회적 도전과제에 대한 구성원들의 문제해결까지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불평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때마다 사회구성원들은 그에 맞서는 활동을 펼친다”며 흑인인권운동과 홍콩 시위 등을 예로 들었다. 샘슨 교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집합적 대응은 사회변화를 촉진하고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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