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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이 반군도, 저 반군도… 시리아 시민편은 아니었다

입력
2019.12.06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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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항쟁에 직면한 반군 ‘구원정부’… 빵값ㆍ전기요금 인상에 항의 

 시리아 반군들, 알카에다 연계 급진조직 또는 ‘터키 용병’ 전락 

 아사드-러시아 공습에다 반군정부 억압통치로 ‘이중고’ 겪는 시민들 

지난달 초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지역에서 시민들이 이곳을 통치 중인 무장반군의 이른바 ‘구원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물가 상승 조치에 대한 항의에서 비롯된 이번 시위는 급기야 “구원정부를 해산하라”는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현지 주민들은 아사드정권-러시아군의 공습위협은 물론, 반군 정부의 무능과 억압 통치까지 더해진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초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지역에서 시민들이 이곳을 통치 중인 무장반군의 이른바 ‘구원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물가 상승 조치에 대한 항의에서 비롯된 이번 시위는 급기야 “구원정부를 해산하라”는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현지 주민들은 아사드정권-러시아군의 공습위협은 물론, 반군 정부의 무능과 억압 통치까지 더해진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경없는기자회’ 홈페이지 캡처

이란, 이라크, 레바논, 칠레, 볼리비아, 그리고 홍콩 등 세계 곳곳에서 시위 사태가 끊이질 않는다. 해당 국가의 각기 다른 정치적 상황과 고유한 모순에 따라 다양한 성격으로, 그러나 모두 폭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세계가 전혀 주목하지 않은, 작지만 요란스러웠던 시위 사태가 하나 있다. 바로 시리아 반군들의 마지막 요새로 불리는 이 나라 북부 이들리브 지방에서 지난달 3일 벌어진 시위다. 11월의 첫 번째 일요일이었던 그날 시위를 촉발한 것도 역시 물가상승이었다.

이들리브 시위가 특이한 건 이 지역을 통치하는 반군 정부를 겨냥한 ‘반(反)반군 정부 시위’라는 점이다. 그동안 시리아에서는 반군들 간 우위 다툼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반군 내전’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반군 정부’의 물가인상 조치나 통치자로서의 무능에 대해 항의한 시위는 처음이다. 러시아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공습 위협은 물론, 그에 맞서는 반군의 통치도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리브를 통치 중인 소위 ‘시리아 구원정부(Syria Salvation Governmentㆍ이하 구원정부)’의 경제자원부는 지난 10월 2일 공문에서 빵 한 덩이 기준을 900g에서 800g으로 하향 조정한 반면 가격은 200시리아파운드(약 460원) 올렸다. 빵값 인상에 민심은 부글거리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11월 들어 구원정부는 전기요금까지 인상했다. 그러자 첫 번째 주말 시위가 시작됐고, 같은 달 7일 이들리브 남부 마랏-알-누만에서는 주민들과 시민활동가들이 “구원정부 해산하라”를 외쳤다. 이들은 성명까지 발표해 “구원정부가 이들리브의 자원과 역량을 통제하고,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나 주민들에게 이익이 될 만한 건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이들리브 남부 카프르 타카림에서는 구원정부가 농민들에게 전달한 ‘자캇(Zakatㆍ종교세로, 기독교의 십일조에 해당)’ 청구서를 찢고 불태우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11월 7일 상황을 전한 현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보를 종합하면 구원정부는 카프르 타카림에 박격포까지 앞세워 진격한 것으로 보인다.

구원정부는 알카에다에 뿌리를 둔 무장 동맹체 ‘하이얏 타흐리르 알 샴(HTS)’이 꾸린 정부다. 알카에다 연계 전력 때문에 ‘알카에다 에미레이트’라고도 불린다. 장관 14명을 두고 있고, 터키와 국경을 맞댄 이들리브주(州)의 밥 알 아화 지역에서 국경 통제 및 이민 업무도 보면서 국경 통과세를 톡톡히 챙기고 있다.

시리아의 무장반군 ‘하이얏 타흐리르 알 샴(HTS)’ 대원들의 모습. HTS는 올해 1월부터 이른바 ‘구원정부’를 구성해 북부 이들리브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의 무장반군 ‘하이얏 타흐리르 알 샴(HTS)’ 대원들의 모습. HTS는 올해 1월부터 이른바 ‘구원정부’를 구성해 북부 이들리브 지역을 통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HTS 구원정부가 이들리브를 통치하게 된 건 올해 1월 초 이 곳에서 열흘간 벌어진 ‘반군 세력들 간 내전’의 결과다. HTS의 상대는 또 다른 반군 동맹체인 ‘해방민족전선(NFL)’이었다. 다른 작은 조직들도 양 진영으로 헤쳐 모여 교전에 참가했다. 이번 시위 사태에서 시민들이 성명까지 발표한 마랏-알-누만 지역은 지난 1월 HTS와 NFL이 강하게 충돌한 지역이다. 결국 양측은 1월 9일 휴전에 들어갔다. 열세였던 NFL은 패배를 받아들이고, HTS의 이들리브 통치를 인정했다. 이들리브 지역의 80%는 이로써 HTS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됐다.

시리아 전쟁 상황을 통계와 심층 분석으로 전해 온 미디어 프로젝트 ‘시리아특별모니터(SMMC)’에 따르면, 1월의 ‘반군 내전’ 이전에 NFL과 HTS는 각각 47%와 46% 정도로 균등한 영토 장악력을 보이며 이들리브 내 ‘두 개의 반군 정부’로 존재했다. 두 동맹체 모두 그들이 통치하는 지역에서 폭압정치로 악명을 떨쳤다. 미디어 활동가를 비롯한 비판적 성향 인사들에 대한 납치와 고문, 총살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가 하면, ‘인권을 위한 시리아네트워크(SNHR)’은 지난 8월 23일 보고서에서 “HTS 통치하에서 약 2,000명이 강제실종을 당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들리브에는 현재 네 개의 무장 조직 또는 동맹체가 활동하고 있다. 우선 구원정부인 HTS가 있다. 이들의 전신인 알누스라 전선은 2016년 알카에다와의 공식 단절을 밝히고, ‘자바트 파테 알샴(JTS)’으로 조직명을 변경했다. 이듬해 다시 ‘HTS’라는 이름의 지하디 동맹체로 변모했다. 올해 1월 15일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는 이들리브의 HTS 무장대원 수를 약 2만명으로 추산했다.

다음으로는 HTS와의 ‘내전’에서 패하고 통치권을 내준 NFL이 있다. 지난해 5월 터키가 이들리브 반군들을 모아 결성한 동맹체다. 주요 구성원은 ‘온건 반군’으로 불렸던 자유시리아군(FSA)이지만, ‘아흐라르 알 샴’과 같은 살라피스트 조직도 동참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들리브에서 NFL 동맹체로 묶인 FSA의 다수 조직은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 이른바 ‘로자바’로 불리는 곳을 침공할 때마다 터키의 동맹 세력으로 참여했던 단체라는 사실이다. 터키는 최근 3년여간 로자바 지역을 세 차례 공격했다. 특히 지난 10월 9일 작전명 ‘평화의 봄’으로 감행한 세 번째 침공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번 공격에서 터키가 지원하는 FSA는 시리아국민군(SNA)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따지고 보면 FSA과 NFL, SNA는 이름만 다를 뿐, 결국 FSA 조직들의 변형인 셈이다.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에 대한 터키군의 3차 침공(작전명 ‘평화의 봄’)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월 11일, 친(親)터키 성향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의 장갑차 부대가 국경 쪽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에 대한 터키군의 3차 침공(작전명 ‘평화의 봄’)이 진행 중이던 지난 10월 11일, 친(親)터키 성향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의 장갑차 부대가 국경 쪽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들에게 붙는 ‘온건 반군' 이라는 수식어도 FSA가 더 이상 다른 급진조직과 차별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별 의미가 없다. 예컨대 시리아 북동부에서 SNA는 지난 10월 21일 쿠르드 여성 정치인을 암살했다. 여성 전사들의 시신이나 전쟁 포로로 붙잡힌 쿠르드 여성 전사들을 향해선 조롱을 가했다. 또, 이슬람국가(IS)의 성노예로 고통받았던 시리아-이라크 일대 소수 커뮤니티 야지디(이슬람교와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등이 혼재된 독특한 종교인 ‘야지디교’를 믿는 쿠르드 계열 소수민족)를 내쫓기도 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보였던 잔혹함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달 27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민간인들이 안전지대에서 학대당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인권침해 실상을 잘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터키와 그 동맹 세력들이 민간인 구역에 폭탄을 퍼붓고, 최소 7건의 처형을 저질렀으며, 불법적으로 민간인 가옥과 가게를 점령하면서 재산을 강탈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들(SNA)의 주둔지에서 활동하는 구호 활동가들이 강제실종을 당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들리브의 세 번째 반군 조직은 HTS에서 분파한, 그리고 더 급진적인 ‘후라스 알-딘(HaD, ‘종교기구 수호자들’이라는 뜻)’이라는 단체다. 알카에다에 보다 근접해 있는 성향으로 올해 2월 출범했다. HTS의 분파 조직이지만, 지난 1월 HTS가 NFL과 충돌할 당시에는 HTS의 편에 서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위구르족 출신 지하디스트들로 구성된 ‘투르키스탄 이슬람당(TIP)’이 있다.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며, HTS와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요새인 이들리브에서 활동하는 반군 조직들은 알카에다 연계, 아니면 사실상 터키의 용병으로 전락하는 상태에 있다. 그런데 최근 눈길을 끄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들 조직이 모두 같은 ‘물주’를 두고 있으며, 다름아닌 터키가 그 주인공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스라엘의 자유주의 성향 일간지 ‘하레츠’ 소속 중동 분석가인 즈비 바렐 기자는 지난달 8일 분석 기사에서 “이들리브의 두 진영, 즉 ‘시리아과도정부(NLF)’와 ‘구원정부(HTS)’ 모두 터키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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