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 통일작업 시급
올해 한글날 경축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국 분단 70년은 남북의 말까지 다르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의학용어도 예외가 아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자료에 따르면 남과 북이 사용하고 있는 의학용어의 차이가 매우 심했다.
북한에서는 마약을 ‘얼음’이라고 부른다. 1990년대 북한에서는 생계를 위해 얼음 제조법을 터득한 화학 전문가들이 약품을 들여다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마약이 급속도로 퍼졌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사용하는 ‘마약 중독’을 ‘아이스 중독’이라고 부른다.
환자의 진찰기록을 적는 ‘차트’는 북한에서는 ‘깔따’라고 부른다. 깔따는 러시아 용어이다. 응급처치를 북한에서는 ‘1차 치료’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네 병의원 등 1차 진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는 용어다. 북한에선 눈이 충혈된 것을 ‘눈이 피진다’고 말하고, 소화가 안 되는 것을 ‘냉이 있다’고 말한다.
한의학 용어도 남한과 차이가 있다. 북한에서는 한의학을 ‘고려의학’이라 부른다. 최문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한의학 용어는 남북한 모두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요통을 ‘허리아픔’, 구토를 ‘게어내다’로 표현하는 등 순우리말이 많다”고 말했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용어의 차이는 의료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남측 의사와 북측 환자, 북측 의사와 남측 환자가 대면할 경우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애를 먹을 수 있다”며 “민족적,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남북한 의학용어 통일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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